남곡 정동복 화백 ‘세계명인’ 기념전 기리며
남곡 정동복 화백의 ‘한국화·신선도 세계명인 기념전’이 2024년 5월21일부터 6월9일까지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외지에 살면서 주말에 모처럼 고향을 찾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기획전시실을 찾았다. 그림에는 문외한이지만 정동복 화백이 작품 58점을 손수 하나하나 자상하게 설명해 주니 어느덧 ‘신선도’의 가치에 흠뻑 빠져든다.
‘창송수고’의 작품에 서니, 해남에 500년 된 ‘수성송’이 해남을 지켜준 것 같아 역동성을 느꼈다. ‘장가계 일우’는 중국의 후난성 세계자연유산 ‘장가계’의 우뚝 선 풍경에 도취 되고 만다. ‘땅끝 일출’은 산자락 넘어 밝아오는 해남의 기상을 맞이한 것 같다.
‘다정대 소풍’은 어렸을 적 고향 해남에서 부모님과 일가친척이 함께 모여 잔칫날을 기리는 추억이 또렷하다. ‘신선도’ 작품에 이르니 코흘리개 어렸을 적 해남에서 뛰어놀던 그 시절이 신선에 빠지지 않았나 여겨진다.
필자의 단견으로 ‘신선도’는 우리나라에서 찾기보다는 오히려 중국에서 찾는 것이 더 이상적이지 않을까? 그런데 신선도 부분에서 세계명인의 중국 화백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곡의 신선도는 젊은 날 켜켜이 쌓아온 지난 세월에 대한 보상이 담겨있다. ‘나만의 작품세계를 어떻게 만들지’ 숱하게 고민했던 젊은 날… 신선도에서 답을 찾았다. 온갖 풍파와 맞서며 치열하게 견디며 평생토록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친 산물의 결과이다.
신선도는 동양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유·불·선 정신이 깃든 화풍으로 특히 도교(선) 신선사상의 장수무병과 축복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전통 화풍에 머물지 않고 수묵과 채색을 가미한 화백만의 차별화된 신선도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합판에 입체화 기법을 가미한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화백은 49년 전 화단에 처음 입문해 예술에서 일가를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외길 인생을 우직하게 걸어왔다.
49년의 세월 동안 국전 심사위원과 초대작가 등 젊은 날 자신의 꿈들을 차례로 실현하며 대한민국 미술인으로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또한 지난해에는 ‘대한명인’과 ‘세계명인’에 연이어 선정되는 놀라운 역사를 달성했다.
명인과 대화를 나눠보면 그의 언행에서 묻어나는 예술에 대한 갈망과 절제가 남다를 뿐만 아니라, 삶을 예술로 표현해낼 때 그의 아름다운 예술혼이 더욱 빛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이상향을 그려내는 한국화의 전통을 이어주는 화백의 예술성이 단연 돋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어느 한 순간에도 삶에 대한 의지를 내려놓지 않고 긍정적으로 매료시켜 표현할 때 비로소 도달하는 명인의 발자취가 경지인 듯하다. 아내와 함께 고향에서 느끼는 예술로 빚어낸 다채로운 삶의 무늬와 결을 한껏 감상을 통해 긍정적으로 살아갈 힘의 원천을 담았다.
해남군이 우리 지역출신 ‘남곡 정동복 세계명인 초대전’을 개최해 군민들로 하여금 관람의 기쁨을 만끽하는 장을 열어준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 기회에 해남군이 ‘예술·문화’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에 예술문화가 숨 쉬는 고을이 되기를 바란다.
이웃 군 단위 지자체들은 ‘예술·문화의 도시’ 지위를 선점하기 위해 수십년 전부터 단독 청사를 건립 운영하고 있다. ‘도시·사회·지자체’는 한정된 삶을 즐기고 죽음을 때로는 멀리하고 때로는 곁에 두고 익숙해지기 위해서 예술과 문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사회양극화, 저출생, 급격한 고령화와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삶의 기술로서 예술과 문화 분야에 더 큰 관심이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키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