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부산 부평동 어묵특화거리와 커피특화거리
지역에서 태동한 먹거리가 결국 경쟁력이었다
부산 깡통시장은 없는 것이 없는 부산의 대표적인 외제품 시장이자 허기를 달래던 먹거리 골목이었다. 6·25전쟁부터 현재의 눈부신 발전이 공존하는 그곳엔 부산 대표 음식인 어묵특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그리고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유동이 많은 시장 중 하나가 됐다. 부산 영도 커피특화거리는 도심 속이 아닌 항구 도로변에 존재한다. 낡고 도태된 공업사만 존재하던 봉래동이 커피향으로 메워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 어묵의 태동지
현대화로 거듭나다
부산 중구 부평동의 깡통시장은 ‘외제골목’, ‘도깨비시장’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한 번쯤 들르는 곳으로 과거, 일반인들이 구경조차 할 수 없던 미제와 일제의 각종 사탕과 과자, 커피, 소스, 주류 등 외제품이 가득했고,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브랜드 옷을 사 입지 못했던 젊은이들이 짝퉁 옷을 찾아 이 거리를 헤맸던 기억은 부산 사람들의 공통된 추억이다.
천만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국제시장과 깡통시장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사실상 같은 시장으로 통한다. 부산의 대표시장답게 많은 인파가 몰리는 시장 안에는 갖가지 먹거리 음식점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부평 깡통시장에는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어묵을 특화한 시장 골목이 있다.
깡통시장의 수많은 골목 중 하나인 어묵특화거리는 부산어묵의 오랜 역사와 전통의 갖가지 어묵요리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미 유명세가 큰 부산어묵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 ‘가마보코’에서 유래됐고 여기에 부산 특유의 맛과 풍미를 더해 한국식으로 발전했다.
이후 부산항을 통해 국내외로 널리 알려지게 됐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1915년 부산부청에서 발간한「부평시장월보」에도 부평시장에서 처음 부산어묵이 시작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본격적인 어묵특화거리의 발전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평동 일대는 작은 공장들이 모여 있던 산업 지역으로, 어묵 공장들도 많았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부평동은 자연스럽게 어묵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됐고 깡통시장에도 어묵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 중반, 부산 서면과 해운대, 영도 등이 관광지역으로 급부상하면서 깡통시장은 상대적으로 침체기에 들어갔다.
이에 2013년 부산시는 야간 관광자원개발 사업으로 시장의 현대화를 이끌었고 유부 속에 당면을 넣고 탕으로 끓여낸 ‘유부주머니 전골’과 구수하고 매콤한 맛인 ‘비빔당면’, 부산어묵을 한데 넣고 볶아낸 ‘어묵잡채’, 그 외 ‘어묵꼬치’와 ‘떡볶이’, 각종 퓨전 어묵 등이 각종 매스컴에 오르면서 젊은이들의 새로운 관광코스는 물론 중국과 일본 관광객도 빠지지 않는 단골 코스로 떠올랐다.
2014년부터는 ‘문화관광형 시장’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평 깡통야시장’이 개설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이 몰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부산 중구는 2018년 ‘맛골목 변신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선정돼 부평깡통시장 어묵특화거리를 재정비, 어묵 식당 20개소의 위생 수준을 정비했다.
위생복과 푸드케어 등을 보급하고 또 지하철 1호선 부산역, 남포역, 자갈치역에 어묵특화거리를 알리는 홍보물을 부착하기도 했다.
어묵특화거리가 타 도시의 특화거리에 비해 그다지 큰 경제적 지원이 없었음에도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특화거리 자체가 시장과 운명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활성화가 곧 어묵특화거리 활성화로 직결되는 문제로 단순히 특화거리에 집중하기보단 시장상권 전체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부산 깡통시장은 해방의 기쁨과 한국전쟁의 역사를 거치면서 고난과 격동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시장이다.
그럼에도 도태되지 않고 현재까지 많은 방문객을 불러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서 태동한 음식문화를 보존하고 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먹거리로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음식의 유래와 탄생 배경을 자원화한 점도 특화거리 조성에 있어 중요한 몫을 했다.
부산 영도, 커피 향
항구 도시로 변모 중
깡통시장 어묵특화거리가 역사와 전통을 지켜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간이라면 부산 영도 커피특화거리는 지자체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새롭게 떠오른 관광지역이다.
도심 가장자리의 한적한 항구 마을이었던 봉래동은 그동안 폐선과 낡은 공장에서 쏟아진 폐기물, 폐어구 등의 무분별한 방치로 도심 미관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마저 위협하던 곳이었다.
이에 부산시는 2021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마련된 ‘부산 커피산업 육성계획’ 일환으로 봉래동 물양장 인근을 커피특화거리로 조성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1차로 8억5,000만원을 투입해 보행 친화 공간으로 조성했다. 도로 폭을 줄이고 보행로를 확장해 보행자에게 걷기 편한 공간을 제공하고 가로경관과 조형물을 조성해 경관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어 4년간 182억원을 투입해 낡은 창고부지의 정면부를 정비하고 전시·문화공간인 창의산업공간 ‘블루포트2021’을 조성하는 등 지역 예술 커뮤니티의 중심인 깡깡이 예술마을 등과 연계해 항구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재창조를 거듭했다.
특히 2022년 ‘모모스 커피점’이 이곳에 입점하면서 커피특화거리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데, 모모스 커피는 커피 업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비견되는 ‘2022 스프럿지 어워드’에서 ‘올해의 로스터’로 선정된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정교한 로스팅 과정과 독특한 인테리어로 이미 부산을 넘어 글로벌 유명 커피회사로 알려져 있다.
현재도 커피를 마시려면 주말 대기시간만 40분 이상 걸릴 정도로 방문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낡은 창고를 리모델링한 카페 공간에서 바로 정면에 내다보이는 대형 선박들과 크레인 등 항구 도시 날것 그대로의 모습은 감성을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의 발길을 붙들기에 충분하다.
커피특화거리의 조성과 더불어 커피산업 활성화를 위한 ‘부산 영도 커피 페스티벌’도 매년 봉래동 물양장과 아미르 공원에서 개최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커피 로스팅 및 핸드드립 체험, 커피 퀴즈쇼, 버스킹 등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커피박 키링 만들기, 커피비누 만들기 등도 진행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글로벌 커피존에서는 일본, 중국, 에티오피아 등 다양한 국가의 커피를 시음하고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며,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나마, 엘살바도르 등 중미 5개국 커피 전문가가 축제를 찾아 세미나를 열고 커피 체험과 시음, 비즈니스 상담 등 글로벌 교류를 추진한다.
부산 영도 커피특화거리는 단지 유명한 커피회사의 입점만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부산은 과거부터 커피 원료인 생두의 국내 90% 이상을 수입·유통되는 허브 역할을 담당했고 부산시는 커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커피 하기 좋은 부산’이라는 글로벌 커피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김유성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