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우렁이 피해 농가에 모 기증…모 은행 제안도
현산면 향교 김정주씨 모판 6,000장 기증
올해 왕우렁이 피해로 산이면 간척지 농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현산면 향교 김정주(63)씨가 예비모를 기증해 지역 농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정주씨는 시가 약 2,000만원 상당의 모판 6,000장을 기증했다. 올해 바이러스 때문에 당초 모판을 4번 넣었고, 평년보다 예비모가 많이 남았다.
김씨는 기존에도 주변에 예비모 나눔을 해오거나 판매했으나, 올해는 우렁이 피해로 해남군 친환경팀에서 예비모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농가에 도움이 되고자 기부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남군 농정과 친환경팀은 당초 왕우렁이로 인한 모 피해가 발생한 농가에는 즉시 대체 모판을 공급하고자, 관내 4개 육묘장에 예비모판 6,300상자를 설치했다. 특히 지난겨울 날씨가 따뜻해 월동한 왕우렁이로 모 피해가 컸고, 산이 등 대규모 간척지 피해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군은 예비모가 필요한 농가에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배정하고 있다.
주로 산이면 간척지 농민들이 예비모를 가져가는데, 적게는 20~30판, 많게는 500판까지도 필요한 수량을 가져가고 있다.
모 피해 발생 시에는 읍면 산업팀에 문의해 약제나 예비모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매년 왕우렁이 피해가 늘어가고 있는데 올해는 김정주씨의 기부로 한숨을 돌릴 수 있어 감사하다”며 “내년에는 왕우렁이 예방 약제와 예비모 규모를 늘려 주민들에게 지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예비모 기부에 뒤따른 어려움은 관리에 시간과 인력이 든다는 것이다. 김정주씨는 현재까지는 직접 예비모를 관리하고 있으나, 7월 해외 일정이 있어 관리를 위한 인력을 고용해야 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지역에서는 보통 모가 부족할 경우 알음알음으로 주변 농가들이 서로 나눠왔지만, 나무은행처럼 모내기철에 각 읍면 공터에 ‘모 은행’을 운영해 각 농가에서 남은 모를 기부, 노인일자리로 물 관리, 물량 안내 등을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대부분의 대농가에서는 넉넉히 모판을 만들기 때문에 100~200판 정도 남는다. 대부분 농가는 관리가 귀찮고, 필요 없기 때문에 곧바로 판을 엎어버리는데, 자원이 버려지지 않고 쓸모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