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깊은 해남이야기 60 | 《지암일기》 둘러보기(3) 편지는 사랑을 싣고

2024-07-23     글,그림=김마루(향우, 웹툰작가)

 

 《지암일기》에는 편지 이야기가 아주 많다.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받았다. 잘 있다니 다행이다. 이런 내용이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편지는 누가 전달했을까? 일기를 보면 궁금증이 풀린다. 맡은 일을 하러 가는 집안과 이웃의 종들, 고향으로 돌아오는 군인, 관청의 일꾼, 출장 가는 관리, 새로 부임하는 관리, 과거 보러가는 마을 사람, 길가는 스님들을 가리지 않고 편지를 건넨다.

 윤이후는 해남에 살면서 친구, 전 현직 관리, 유배객 등 여러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가장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상대는 한양에서 살고 있던 두 아들 윤두서와 윤종서다. 윤이후는 아무리 아파도 편지쓰기는 멈추지 않는다. “편지나 일기는 누워서 쓰고 있는데 글씨꼴을 도무지 갖출 수 없으니 안타깝다(1696년 9월 7일).” 

 하직인사를 하고 떠나는 사람을 말 위에서 기다리게 하고 편지를 쓰기도 한다. 몇 자만 쓸게. 마당쇠야 지필묵 가져와라. 서두르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편지를 대하는 윤이후의 생각이 담겨있는 글을 소개한다.

 “학관의 종 구정이 서울에서 돌아왔다. 편지를 받아왔는지 물으니, 아이들이 그 전날에 막 편지를 부쳐 이번에 재차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1698년 8월 18일).” 
아들이 이틀 연속으로 편지 보내기를 바랐던 윤이후는 섭섭하다. 
“부자가 천리를 서로 떨어져 있어 소식을 듣는 데 열흘, 보름이 쉽게 지난다. 양쪽에서 그리워하고 생각하며 울적해 하는 마음에 잠시라도 느슨히 할 수가 없다. 하루에 10통의 편지를 받는다해도 짧은 간격이라 하지 않을 것이요, 하루에 10통의 편지를 부친다 해도 진실로 그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을 것인데, 아이들의 생각이 여기에 미치지 못해서 이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참으로 개탄스럽다(1698년 8월 18일).” 윤이후에게 편지는 사랑을 담는 그릇이었던 듯하다. 아버지는 넘쳐 흐르는 사랑과 그리움을 주체하기 힘들었나 보다. 윤이후의《지암일기》에서 편지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았다. 윤이후가 사랑을 실어나르는 편지를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자녀들을 품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윤이후가 자녀들과 편지를 주고받은 계기는 무엇이었을까?《고산유고》에는 윤선도가 손자인 윤이후와 큰아들(大兒)에게 주는 사랑 가득한 편지가 실려있다. 윤이후는 할아버지에게서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