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한 동백꽃과 씻김, 그건 어머니였다
이강일 작가 ‘남도길 아리랑’ 전 8월1일~30일 진도 현대미술관
어머니 49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땅 위로 뚝 떨어지는 붉디붉은 동백꽃은 인연이었을까. 통째로 자신의 생을 처연하게 마감하는 땅위의 동백꽃에 어머니의 삶이 중첩됐다.
작가에겐 두 명의 어머니가 있었다. 육신의 어머니와 당골인 삼산 어머니였다. 많은 집안에서 그랬듯 작가의 어머니도 병치레가 잦은 귀한 큰아들을 당골에게 팔았다. 육신의 어머니는 대흥사 불당에서, 당골인 삼산 어머니는 점당에서 작가를 위해 숱한 기도를 드렸고 그 기도 속에서 작가는 성장했다. 작가는 실용주의 교육과 서양철학을 배웠다. 따라서 유년기에 접한 전통은 촌스럽고 상스러워 일부러 기억 저편으로 밀어냈다.
그런데 60이 넘은 나이에 육신의 어머니를 보낸 날, 땅 위로 뚝 떨어진 붉은 동백꽃이 그를 유년기 시절로 소환했다.
해남 출신 이강일 작가는 소나무 작가였다. 남도의 소나무와 붉은 황토가 그림의 주제였다. 이때도 그의 작품은 사실주의와 거리가 멀었다. 소나무 속에 내재된 힘과 기상을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관념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세련미보단 거칠고 투박한 질감을 선택했다. 따라서 혹자는 어둡고 기괴스러운 선 표현 등이 이강일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고 평한다.
그의 창작 욕구는 변화무쌍하다. 소나무에서 대흥사와 미황사 등 불교적 색채로 향했다가 어머니를 보낸 후 지금은 동백꽃과 씻김굿으로 다시 붓 터치를 옮겼다.
이강일 작가의 ‘남도길 아리랑’ 전시회가 오는 8월1일부터 30일까지 진도 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2년 전 ‘해남길 아리랑’ 전시의 후속편이다.
따라서 아리랑은 작가에 있어 실존적인 본인의 역사다.
이강일 작가는 1958년생으로 전남대 사범대 미술교육과, 홍익대 서양화과 석사, 전북대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다. 미국 Bridgeport대학 객원교수 및 강의교수, 중국 천진사범대학 대학원 강의, 1998년부터 2023년까지 세한대학교 공간문화컨텐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이번 전시회 작품은 판넬 위에 장지를 배접하고 안료, 먹 그리고 아크릴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