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옥천면 대산 장미옥씨 / 300년 옻나무로 만든 옻장…외가 전통 이어
장맛은 물맛, 옹달샘 고수 표고도 재배, 소금은 천일염
2024년 올해 해남미남축제 미남스토리관의 주인공은 해남 장이다. 해남군은 우리나라 최초 된장인 동국장이 해남에서 시작됐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올해 미남축제 주제관을 장으로 정하고 14개 읍면에서 조상 대대로 장 제조방법을 이어온 14가정의 장을 소환한다.
옥천면 대산리에서 전통방식대로 장을 만드는 장미옥(68)씨의 장은 옻장이다.
통천최씨 집성촌인 대산으로 시집온 그는 시어머니가 써온 씨간장에 외가의 전통 제조법을 이용해 장을 담가왔다. 30살에 시집와 지금껏 장을 담가왔으니 벌써 그 세월이 40여년이다.
그의 장에는 외가의 비법을 빼놓을 수 없다. 장씨의 외가는 천관산이 위치한 장흥 대덕에서도 부잣집이었다. 장미옥씨는 매년 겨울이면 온돌방에 메주를 띄워 5일 동안 불을 뗀다.
옛날 외할머니가 하던 대로 하나씩 뒤집어주고, 이후에는 하우스에 매달아 말린다.
장씨는 양력 2월장을 담그는데, 어른들 말로 꼭 ‘말날(午日)’에 담가야 한다. 달력을 보면 말 그림이 그려진 날이 말날인데, 손이 없고 구정이 안 끼는 날이란다. 용, 호랑이, 뱀, 원숭이 날에는 절대 장을 담그지 않았단다.
장 담그는 날은 일년 대소사로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장씨는 할머니가 하던 방식대로 말날에 꼭 장을 담근다.
장씨의 외할머니는 늘 장을 담을 때면 옻나무를 방부제로 썼다. 장씨도 마을에서 커다란 옻나무 가지를 꺾어다가 썼는데, 몇 해 전, 밭에 옻나무를 베어가라는 동네이웃의 이야기에 나무를 베어왔더니, 그 속이 모두 황금색이었다. 300년이 넘었다는 옻나무는 어디서 구할 수도 없는 귀한 식재료다.
장미옥씨와 남편 최갑규씨는 그 많은 나무를 일일이 쪼개 평생 쓸 옻나무를 마련했다.
옻장은 진하고, 맛이 변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옻나무 자체가 살균 효과를 지니기 때문에, 장도 맛있고 옻된장도 맛있다.
장을 담을 때는 메주에 옻나무 끓인 물을 붓고 5~10년 간수를 뺀 천일염, 직접 만든 참숯과 고추, 대추 등을 넣는다.
마당을 가득 메운 항아리들은 그에게 중요한 간장 독과 소금 독이다. 약 35~40일이 지나면 장을 가르는데, 간장에는 옻나무를 더 넣어 살균 효과를 높인다. 메주는 건져서 된장을 만드는데 표고버섯가루, 찹쌀죽 등을 넣어 만든다. 이 표고는 대나무숲에서 직접 키운 표고를 말려 가루를 만든 천연 조미료다.
장을 담글 때 물도 중요한데, 장씨의 장독대 옆에 위치한 옹달샘 물을 사용한다. 산에서 내려오는 이 옹달샘은 철분이 풍부하고 늘 마르지 않아, 가뭄 때 동네 사람들도 이 물을 먹었었다.
장씨는 이 간장을 활용해 뒷산에서 딴 취나물, 두릅. 다래. 죽순, 뽕잎, 쑥 등 나물로 장아찌를 담가 먹는다. 장아찌에는 옻간장과 감식초, 감미, 소주를 넣는다.
감농사를 짓는 장씨는 감식초도 직접 담그는데, 첨가물 없이 감만을 1년 동안 숙성시키면 맛이 깊은 식초가 된다. 이 식초로 회무침을 하면 끝내준다.
장미옥씨는 “내가 만드는 음식은 자연식품 그대로다. 외할머니가 하던 솜씨를 기억해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고 말했다.
장씨의 장독대엔 오랜 세월에 걸쳐 모은 항아리가 옹기종이 모여있다. 대나무 숲은 무성한 녹음을 자랑한다. 먹는 것에는 아낌이 없다는 그는 올해도 소금을 30가마니를 사 장독대에서 간수를 빼고 있다. 오래된 소금을 써야 음식 맛이 좋은데 시간이 축척될수록 깊은 맛이 담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