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해남읍 복평리 김옥희씨 - 200년 넘은 한옥서…물 적어야 장 맛있죠

된장엔 청국장·튀밥·고추씨 장으로 만든 김부각도 유명

2024-09-23     조아름 기자
해남 향토문화제로 등록된 김옥희씨의 한옥.

 

 2024년 올해 해남미남축제 미남스토리관의 주인공은 해남 장이다. 14개 읍면에서 조상 대대로 장 제조방법을 이어온 14가정의 장을 소환하는데 이번 호에는 해남읍 복평리에서 전통 장을 만드는 김옥희(69)씨를 소개한다. 
원주이씨 맹진파 집안에 시집온 그는 시할머니, 해남윤씨였던 시어머니에 이어 전통 장을 담가왔다. 20살에 시집와 지금껏 장을 담가왔으니 벌써 그 세월이 50여년이다. 해남 향토문화재로 등록된 김옥희씨의 한옥은 200년이 족히 넘은 전통을 가지고 있다. 백포마을에서 이관해온 한옥, 그 대들보만 봐도 위용이 대단했다.
교육자였던 故이환봉 시아버님은 평생 책을 가까이 하고 배움을 놓지 않았다. 김옥희씨는 홀아버지를 16년 동안 대소변을 받아내며 봉양했는데 그러한 며느리가 너무도 고마웠는지 시아버지는 효부라는 비문내용을 남기고 떠나셨다. 그는 효심만큼이나 집안의 음식에도 정성을 다해왔다. 장을 담그는 방식은 이전보다 간편해졌지만, 여전히 좋은 재료를 엄선해 매년 전통을 지켜가고 있다.  

 

 

 김옥희씨는 11월 중순에 메주를 띄운다. 옛날에는 작은 방에 띄웠지만, 최근에는 현대식으로 방법을 고안해 고추건조기에 40도 저온으로 3일을 띄운다. 잘 띄워진 메주는 비닐하우스에 이듬해 봄까지 매달아둔다. 
김씨는 양력 3월장을 담그는데 신안 천일염을 쓴다. 메주와 소금은 2:1 비율로, 보통 메주 10kg에 소금 5kg을 넣는다. 그의 장은 물을 적게 넣는 게 특징이며, 고추, 숯을 넣는다. 35일 후에는 장 가르기를 한다. 장은 약간 닳아질 정도로 세게 끓여 항아리에 부어 보관한다. 
된장에는 김씨만의 비법이 들어간다. 된장을 만들 때는 미리 띄워둔 청국장과 고추씨 가루, 튀밥가루, 간장을 넣는다. 생콩을 한 번 발효해 된장에 넣으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어도 맛이 좋다. 
김씨는 명절이면 꼭 한과를 만드는데, 이때 나온 부산물인 쌀 튀밥가루를 버리지 않고 된장 비빌 때 꼭 넣는다. 또 고춧가루를 빻을 때 나오는 고추씨를 따로 모아 가루를 내는데, 고추씨 가루를 넣으면 된장 맛이 개운해진다. 
수십 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장을 담그며 그만의 비법이 생긴 것이다. 또 된장이 되직하면 간장을 조금 추가해 된장을 비빈다. 
김씨의 장은 물을 적게 넣어 장이 진한 편이다. 예로부터 장을 만들 때 물을 적게 넣으면 장맛이 좋다고 했으니, 김씨의 장은 맛있을 수밖에 없다. 

 

해남읍 복평리에서 전통 장을 만드는 김옥희씨의 장은 물을 적게 넣기에 장맛이 좋다. 7년 전부터는 집에서 만든 메주로 교회에서 공동체 장을 담그고 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김씨는 마을 내에 위치한 복평교회를 다니고 있다. 7년 전부터는 집에서 만든 메주로 교회에서 공동체 장을 담그고 있다. 된장을 비비는 일도 혼자선 힘이 들기 때문에 함께 모여 담그고, 주변에 소개해 공동 기금도 마련한단다. 교회 앞에 놓인 장독대 풍경이 색다르다. 교인은 20명, 작은 교회라 함께 담근 장을 활용해 주일이면 식사를 한다. 
한편 김씨는 이 간장을 미역국을 끓이거나 간장게장을 할 때 꼭 넣는다. 장맛이 깊어 무엇을 해도 맛이 좋다. 또 시어머니 때부터 내려온 김부각에도 꼭 집장을 쓴다. 찹쌀풀을 쑬 때 장으로 간을 맞추고, 김에 발라 말려서 그대로 먹거나 튀겨서 장에 찍어 먹는다. 전통적으로 손님상에 안 빠졌던 것이 바로 이 김부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