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저물어 가고 있는가
세계경제는 자유무역이라는 가치로 상징되는 세계화가 퇴조하고 자국 우선주의와 블록화가 새로운 국제 질서로 정착되고 있다. 이로인해 보호무역주의와 탈 세계화의 확산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현대산업의 핵심요소인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과학법을 제정, 자국 기업에만 파격적인 보조금 혜택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인해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동맹국간 반도체 공급망 구축 등의 블록화를 도모해 미국 중심의 공급망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대전환의 시기에 미국경제는 나홀로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감이나 대통령선거를 앞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의 성장률은 일본이나 유로존보다 훨씬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미국경제의 나홀로 호황을 인위적인 부양경제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에 의문을 표시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한때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극체제가 구축되면 그러한 양극체제 하에서 세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미국을 따라잡고 추월할 것이라던 중국경제는 세계경제의 주무대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경제의 쇠퇴는 한국경제에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 가까이에 있는 주요시장의 축소로 수출과 성장에 마이너스가 될뿐 아니라 부품공급망 운영에도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다.
중국이 제공해오던 낮은 가격의 부품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중국의 거대한 공급망을 대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절실하게도 정부와 민간이 긴밀히 협력해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는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도 아쉽게도 한국경제가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만들기 위한 골드타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의사증원 문제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 경제는 뒷전에 밀린 느낌이다. 하루속히 체제를 가다듬고 모든 분야에서 비상대책을 세우고 시험해야 할 때다.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가계부채도 문제이거니와 하루가 멀다고 폐업하는 자영업자의 눈물겨운 현실은 더더욱 경제를 암울하게 하는 요인이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라는 의미의 일모도원(日暮途遠)은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인 오자서가 자신의 무리한 행동을 변명하면서 한 말이지만 요즈음은 의미가 ‘할 일은 많이 남아있는데 시간이 없음’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쓰인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에 딱 들어 맞는 말인 것 같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이 정부는 저물어 가는 경제를 직시하고 서둘러 대비하고 길을 나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