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떠보니 배추밭이 사라졌다

산이면 366㎜, 평균 262㎜ 농업재해보험 현실화 필요

2024-10-08     김유성 기자
지난 9월21일 내린 폭우로 문내면 신흥리 배추밭의 흙과 배추가 휩쓸려 농가에 막대한 재산피해를 안겼다.

 

 하루아침에 배추가 사라졌다. 
지난 9월21일 집중호우로 산이면에 366㎜를 비롯해 평균 262㎜의 비가 해남을 덮쳤다. 
문내면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박철희씨는 50년 농사 인생에서 처음 보는 광경을 마주했다. 
배추밭에 한창 자라고 있을 배추와 지난해 새로 메운 흙까지 모두 사라진 것이다. 최근 들어 잦은 호우가 발생하면서 산에서 내려온 물이 밭을 덮치는 일이 자주 있었지만 이번처럼 규모가 큰 피해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더욱이 지난해 1,000여평 규모의 배추밭에 흙을 메우는 등 비옥한 토지를 만들기 위해 1,000만원 이상을 들였는데 이도 하루아침에 허사로 돌아간 것이다.
박씨는 “영양분이 가득했던 흙이 사라진 자리에는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은 흙만 남았다. 한번 토사가 유실되면 농사에 적합한 토질로 바꾸기 위해서는 최소 2년 이상의 휴지기가 필요하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그는 “다시 흙을 메워야 하는데 앞으로 집중호우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어 농사 짓기가 막막하다. 이제는 정말 농사를 접어야 하나 고심이 크다”며 “옥매산을 중심으로 온 동네가 쑥대밭이 됐다. 일손도 모자라 올해 배추농사를 포기한 농가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미 포전거래로 계약을 마친 상태인데 배추정식 인건비는 고사하고 당장 내년의 농사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에 놓였다.
박씨 뿐 아니라 인근의 다른 밭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는데 모두 산골짜기를 타고 밀려온 토사와 빗물이 축사를 덮쳤고 이어 저지대 집과 공장 등을 덮치면서 2차 피해를 입혔다. 
보통 집중호우라 해도 100㎜를 넘기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300㎜에 가까운 비가 일시에 쏟아지면서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수로를 만들고 제방을 높이는 등 만전을 기했지만 모두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이어 이상기온으로 인한 타 농작물 피해도 극심한 상태다. 
박 씨는 “올해 벼농사는 도복 피해와 벼멸구로 망쳤는데 배추농사까지 힘들게 됐다. 최근 날씨는 예측범위를 완전히 벗어나고 있어 토목공사만으로는 한계를 느낀다. 자동차보험처럼 할증이 붙더라도 자연재해에 대해 실질적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의미 있는 농업재해보험이 하루빨리 만들져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