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마산면 용소리 김경자씨 - 1월 이른 장…전통 그대로 담백 깔끔
볏짚 엮어 처마 밑 메주 장에 숙성한 장아찌 별미
2024년 올해 해남미남축제 미남스토리관의 주인공은 해남 장이다. 14개 읍면에서 조상 대대로 장 제조방법을 이어온 14가정의 장을 소환하는데 이번 호에는 마산면 용소리에서 전통 장을 만드는 김경자(73)씨를 소개한다.
마산면 용소리에서 전통방식대로 장을 만드는 김경자씨는 시어머니 어깨너머로 배워 평생 장을 담가왔다.
23살에 시집와 지금껏 장을 담가왔으니 벌써 그 세월이 50여년이다. 그는 옛날 어른들이 하던 전통음식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한다.
김씨의 아버지는 군인으로 일본에서 가족이 살다가 해방 후 화산면 해창으로 이주해 왔고 9남매의 막내인 김씨가 태어났다. 김씨의 어머니는 마을 대소사가 있을 때면 일주일씩 음식을 맡아 할 정도로 음식 솜씨가 좋았다.
김씨는 마산 용소리로 시집와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모셨는데 시어머니도 솜씨가 좋았다. 어깨너머로 배우고 그 손맛을 물려받은 탓인지, 면 행사나 농협 한마음축제, 부녀회 행사때면 가장 어려운 음식은 김씨가 도맡는다. 행사 때면 고추장을 넣어 만든 가자미 회판이나 물회도 잘한다. 마을 교회에서도 오랫동안 된장이며 음식을 김씨가 도맡아 해왔다.
김경자씨는 음력 9~10월에 직접 키운 콩으로 메주를 만든다. 바닥에 짚을 폭삭 깔고 일주일간 온돌방을 데워 메주를 띄운다. 메주는 옛날 방식 그대로 처마 밑에 걸어 말리는데 김씨는 꼭 볏짚을 엮어 메주를 매다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양파망도 써봤지만, 볏짚을 써야 메주가 잘 발효되고 해를 먹는 게 없단다.
동절기가 되면 집 처마 밑 메주들이 시골의 향수를 더한다. 지금은 제 역할을 기다리는 못이 처마에 일렬로 서 있다.
보통 가정에서는 양력 2~3월 장을 담그지만, 김씨는 이른 양력 1월장을 담근다. 설 전에 담가 정월대보름 무렵에 건지는 게 그의 장 담그는 방법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장이 조금만 싱거우면 불순물이 끼거나 된장이 시큼해지기 때문에 김씨는 이른 장을 담가 익으면 저온저장고에 보관한다. 장을 담을 때는 고추, 숯, 소금을 넣는다. 약 60일 후에는 장 가르기를 하는데 장은 세게 끓여 항아리에 부어 보관한다.
된장에는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고 소금만 넣어 항아리에 넣는다. 옛 어른들의 방식을 따라 그대로 하는데, 이렇게 익은 된장은 맛이 깔끔하다.
김씨는 된장으로 된장국을 끓이거나 고구마순을 조물조물 무쳐서 먹곤 한다. 또 된장과 간장을 섞어둔 작은 항아리에 고추, 마늘, 두릅, 취나물 등을 박아뒀다가 몇 개월 뒤에 장아찌로 먹는다. 장에 숙성한 장아찌는 짜지 않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참외도 썰어서 말려 항아리 독에 넣어뒀다가 양념에 무쳐 먹으면 별미다.
이렇게 만든 장아찌는 주로 형제들, 자녀들, 이웃, 교회, 면 행사에 나누는데,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이 맛에 반해 팔라고 난리다. 또 깻잎 장아찌도 매년 만들며 집장, 외장, 물엿, 물을 넣고 끓여서 숙성시켜 먹는다.
김씨는 나물을 무칠 때 집장을 넣어 볶는다. 집장을 쳐야 감칠맛이 나고 맛이 좋단다. 고사리나물은 미리 간장으로 살짝 버무렸다가 볶는 게 자신만의 방법이다. 또 미역국에는 꼭 집장, 육개장에도 집장과 된장을 꼭 넣는다.
옛날 어른들이 하던 방식으로 지금도 정성을 다해 장을 담그는 김경자씨, 그의 음식은 화려함보다는 깔끔하고 담백하다. 어른들의 방식으로 가족과 이웃에게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