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산이면 외송리 김두옥씨 - 친정어머니 비법에…시댁 100년 넘은 씨간장

머위껍질·감태 된장 장아찌 고추장 만들어 나눔 봉사

2024-10-14     조아름 기자
산이면 외송리 김두옥씨는 친정어머니의 가르침을 따라 전통 그대로 장을 만들며, 지역에도 전통장을 만들어 봉사하고 있다.

 

 2024년 올해 해남미남축제 미남스토리관의 주인공은 해남 장이다. 14개 읍면에서 조상 대대로 장 제조방법을 이어온 14가정의 장을 소환하는데 이번 호에는 산이면 외송리에서 전통 장을 만드는 김두옥(68)씨를 소개한다. 
산이면 외송리에서 전통방식대로 장을 만드는 김두옥씨는 어머니에게 배워 50여년 장을 담가왔다. 삼산면 구림리가 고향인 김씨는 친정어머니 故채미순씨에게 음식을 배웠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지 7년이 됐지만 늘 음식을 하면 엄마 생각이 난다. 시집오기 전에 어머니가 하던 된장, 고추장, 엿 등 음식을 배운 딸은 21살에 시집와 지금껏 어머니의 요리를 했다. 
그의 음식에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담겨있다. 옛날 어머니가 하던 전통음식을 잘 만드는데 최대한 옛것 그대로 하려고 노력한다. 
김두옥씨가 산이면으로 시집와 발견한 것은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씨간장 장독이었다. 장이 조금 남아있었는데 친정어머니의 가르침을 늘 마음에 새기며, 집안의 씨간장을 잘 관리해왔다. 이사를 3번 하면서 애지중지하며 옮겨왔다. 시어머니 때부터 사용했으니 족히 100년은 넘은 씨간장이다. 
김두옥씨는 “이 씨간장은 귀한 보물이다. 남편에게 내가 쫓아낼 일 많아도 장독을 갖고 있어서 안 쫓아낸다고 말한다. 햇장을 붓기만 하면 맛있어지니 신기하다”며 “친정어머니는 집안에 우환이 생기면 장맛이 변한다고, 우리 집에 오시면 꼭 된장독부터 벌려보셨다”고 말했다. 
씨간장 장독에는 소금 결정이 장독의 절반에 껴있고, 장을 부어도 양이 얼마 안 된다. 
다른 항아리도 사용해봤지만, 그 깊은 맛을 따라올 수 없었고 다시 이 장독만 사용하고 있다. 햇장을 봄에 부어놓고 여름이 되면 맛이 깊어지니 놀라운 일이란다. 김씨에게 장 비법은 바로 이 씨간장독일 수밖에 없다. 
김두옥씨는 11월 하순에 메주를 만든다. 콩은 마을에서 사서 40kg 한 가마를 가마솥에 삶아 방안에 볏짚을 깔고 띄운다. 메주 크기는 일반 메주의 절반 크기로 친정어머니의 가르침을 따른다. 
메주덩이가 크면 장독에서 건지기 힘들고, 쉽게 허물어져 작게 만들고 있다. 방안의 온도를 그리 뜨겁지 않게 은은한 온기로 오랫동안 발효시킨다. 20~30일을 띄워 망에 볏짚과 메주를 함께 담아 창고 추녀에 매단다. 
김씨는 보통 양력 2월초에 장을 담근다. 메주, 소금, 물만 넣어서 장을 담그는데 장을 가르는 시기는 친정어머니의 가르침대로 한다. 장독에서 콩조각이 위로 뜨면 메주가 익었다는 신호로, 항상 콩조각이 뜨는 것을 보고 메주를 건진다. 
가른 장은 끓이지 않고 고운 체에 걸러서 항아리에 부어 보관한다. 씨간장 장독에 봄에 부으면 여름에 먹기 좋게 익는다. 된장에는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고 간장으로 간을 맞춰서 항아리에 따독따독 담는다. 옛 어른들의 방식을 따라 그대로 하는데, 이렇게 익은 된장은 맛이 깔끔하다. 

 

 

 김씨는 된장으로 된장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무쳐 먹는데, 어릴 적부터 친정어머니가 해주던 별미음식 머위껍질 된장 장아찌도 가끔 만든다. 
4월쯤 머위 껍질을 벗겨 속은 나물 해먹고, 껍질은 냇가에서 방망이로 두들겨 빨아준다. 껍질을 장독대에 말렸다가 저고리 속심에 돌돌 감아 보자기에 싸서 된장에 박아 숙성시킨다. 여름에 풀어보면 된장물이 들어 부드러워진 머위껍질 장아찌를 만날 수 있다. 보리밥에 물 말아 통깨를 뿌린 머위껍질 된장 장아찌를 올려 먹으면 별미란다. 
또 감태 된장 장아찌도 만드는데, 봄에 거친 감태를 씻어 말리고 돌돌 감아 된장에 박아뒀다가 여름에 꺼내먹으면 그 맛이 또 좋단다. 간장으로는 미역국, 장아찌, 칠게장 등을 만들어 먹는다. 
김씨가 친정어머니에게 배운 음식 중 빼놓을 수 없는 별미는 바로 ‘깻묵장’이다. 메주를 만들 때 깻묵을 가져다가 깻묵장을 만든다. 메주콩과 깻묵을 섞어서 주먹만 한 크기로 만들어 가운데 구멍을 내고 짚을 놓고 띄운다. 
깻묵은 먹기 일주일 전에 집장, 물 등을 부어서 만드는데 여기에 쪽파, 깨, 참기름만 넣어서 밥에 비벼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김씨는 손맛이 좋기로 소문났는데, 우리 장으로 지역에도 봉사하고 있다. 산이면과 해남군 생활개선회 회장, 고문을 역임하면서 회원들과 김치, 고추장 나눔 봉사를 10년 넘게 해왔다. 
회원 39명이 농산물을 십시일반해서 매년 고추장 700kg을 담으며 산이면 각 마을과 면, 농협, 개선회 회원 등에 나누고 있다. 고추장을 만들 때도 깊은 맛이 나도록 꼭 집장을 넣도록 고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