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 주부…15년 만에 권총 잡았다
해남읍 김가람씨 동메달 생활체육 전국사격대회
사격 국가대표 김예지 선수의 올림픽 메달 획득으로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농사를 짓고 있는 주부인 김가람(38)씨가 대한사격연맹 회장기 생활체육 전국사격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해 눈길을 잡았다.
지난 9월21일 전북 임실에서 열린 공기권총 전국대회에 출전한 김가람씨는 해남읍에 거주하며 딸기농사를 짓고 있다.
김가람씨가 출전한 사격 종목은 4.5mm 구경의 공기권총으로 10m 거리의 표적을 1시간15분 동안 60발을 쏘는 것으로 사격이 종료되면 점수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이번 파리올림픽 스타로 급부상한 국가대표 김예지 선수가 메달을 획득한 종목과 같다.
김씨가 공기권총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다. 당시 해남여중에는 사격부가 있었는데 인기가 대단했다. 부원이 너무 많아 사격부 감독을 끈질기게 쫓아다닌 끝에 겨우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은 2002년 전남소년체전에서 2위를 시작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도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인 사격으로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그동안 뒷바라지한 부모님을 위해 마냥 운동을 계속할 수 없었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해남에서 딸기 농사를 지었다.
사격을 떠난지 15여 년이 지난 올해 초,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주부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싫어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선수로써 압박감을 벗어나 순수하게 레포츠로 운동을 즐기니 초창기 권총을 쏘며 느꼈던 재미도 되찾았다.
김가람씨는 “선수로 활동할 땐 훈련이 너무 힘들고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운동이 싫어져 운동장비도 모두 다 팔았는데, 이렇게 다시 권총을 잡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격을 다시 시작한 후 해남에 사격 연습장이 없어 광주 남부대학교 사격 훈련장까지 연습을 다녔다. 행여 대회가 있는 시기면 경찰서에 맡겨 놓은 권총을 찾아 집에서 자세 연습을 하곤 했다. 그렇게 잊고 지냈던 사격에 대한 감각이 회복되면서 본격적으로 생활체육대회를 찾았다.
지난 6월 나주에서 열린 도민체전에선 입상하지 못했지만 이번 대한사격연맹회장기 생활체육 전국사격대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하며 과거의 실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김가람 씨는 “즐기자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한 운동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기쁘다. 이번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비인기 종목이었던 사격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사격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소식도 들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몸도 마음도 가벼움을 느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