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정원 감축, 경제 논리로 접근해선 안 돼

2024-10-14     조영천/전 해남교육지원청 교육장
                                조영천/전 해남교육지원청 교육장

 

 지난 9월 30일 오후 5시, 해남교육지원청 앞에는 해남지역의 교장단과 교사, 전교조 등 교사단체 선생님들이 모였다. 이미 2년간 학교당 교사정원을 1명 이상 감축된 해남에 중·고등학교 교사를 1명 이상 또 감축하라는 발표 때문이었다. 
교육부는 전남 지역 교사정원을 2023년에는 329명(초등 50명, 중등 279명), 2024년에는 116명(초등 29명, 중등 87명)을 감축했고, 2025년에는 무려 324명(초등 145명, 중등 179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교별로 필요한 교사정원은 학급 수에 따라 정해졌는데, 2013년 이명박 정부(이주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서부터 교원 배치기준을 학생 수로 변경한 이후, 윤석열 정부(이주호 교육부 장관) 또한 지역과 학교별 상황과는 상관없이 학생 수 기준으로 교원정원을 고집하고 있어 학생 수가 적은 농어촌 교육은 더욱 곤란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정부의 교원정원 감축은 농어촌 지역인 전남에 특히 큰 피해를 미치고 있다. 교원 수가 줄어들면 초등학교는 학년 간 복식 수업을 진행해야 하고, 중등학교는 교과목별 교사 수급이 어려워 다수의 교사가 2~3개 학교를 오가며 겸임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교육을 경제 논리로 접근해 학생당 교사정원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사정원을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 아이를 위해 온 마을이 힘을 모으듯, 국가 차원에서도 지역의 학생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농산어촌의 상황에 맞는 교사 배치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지역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과제다.
해남의 한 작은 학교는 이미 영어 선생이 없어 순회 교사가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수학 과목은 있지만 수학 선생이 없는 학교도 생길 수 있다. 정부의 교원 감축 정책은 결국 지역 소멸을 가속할 것으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방분권에 대한 개념은 사라지고 있다. 농촌과 지역소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농어촌 작은 학교의 교육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교원정원 감축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으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도 크다. 
농촌교육의 질 저하는 인구 유출을 더욱 가속할 것이며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나라가 살아야 온 국민이 행복해진다. 해남 지역의 교원들이 의미 있는 목소리를 냈다. 이제는 전라남도교육청이 부응하고 해남군교육참여위원회 및 학부모 단체, 전남교육희망연대 등이 함께 떨쳐 일어나 이 절박한 현실을 타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라남도교육청 김대중 교육감은 농어촌 교육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교사정원 감축에 더욱 강력한 대응을 해주길 바란다. 전남교육의 특수한 상황을 정부에 분명히 알리고,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획일적인 교원정원 감축안에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 이와 아울러 교육운동 시민단체와 함께 교사정원 산정기준을 ‘학급 수’로 전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교사정원 감축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교육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기간제 교사와 시간강사를 최대한 확보와 교사들이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 경감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교사정원 감축은 교육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교육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그리고 우리 삶도 살아난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을 교육할 교사가 없다면 교사가 업무 과중으로 지쳐 우리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다면 어떻게 교육을 통한 성장을 논할 수 있겠는가? 교육하기 좋은 곳, 교육으로 살맛 나는 해남을 우리 함께 만들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