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섬 핵폐기장…철새감시원에 발각돼 중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꼼수 지질조사 ‘눈총’ 뒤늦게 알게된 영산강사업단 급히 임대 취소
지난 10월11일 해남군이 발칵 뒤집혔다. 마산면 뜬섬에 핵폐기장을 조성한다는 제보가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명현관 군수를 비롯해 관계 공무원들이 급히 현장을 급습하다시피 달려갔다. 제보는 사실이었다.
철새감시원으로 활동하던 마산면 당두리 이미식(67)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철새들의 이동경로를 살피기 위해 마산 뜬섬을 찾았다. 그러다 우연히 안전기원제 고사 현장을 목격했다.
며칠 전 마산 뜬섬에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는 걸 봤지만 그도, 주민 대부분도 지질조사를 위한 컨테이너겠지 하며 지나쳤다.
그런데 이날 기원제 현장에서 눈을 의심할 문구를 발견했다. 현수막에 ‘사용후 핵연료 저장처분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핵심기술개발 사업 안전기원제’라는 문구였다. 뜬금없는 핵연료라는 단어에 기원제를 마치고 나오는 이들을 붙잡고 사실관계를 따졌다.
이씨는 “듣도 보도 못한 핵연료 저장시설에 화들짝 놀랐다. 현수막 내용을 묻자 공사 관계자는 이미 농어촌공사의 승인을 받아 진행되는 조사다”며 자리를 피했다.
가슴이 철렁한 그는 이장단과 마산면사무소에 사실을 알렸다.
그는 “주민도 행정도 모르게 핵연료 저장시설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더군다나 마산면 뜬섬 일대는 친환경 농경지로 조성된 곳이어서 그대로 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제보에 해남군과 땅을 임대해 준 농어촌공사는 당장 사실 조사에 나섰다. 민주당 해남완도진도 지역위원회 관계자와 해남군의회도 마산면 뜬섬 현장으로 향했다.
해당 사업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으로부터 간척지 부지를 임대해 핵연료 저장시설을 위한 지표 및 지형 측량 조사를, 벽산건설에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5월 농업생산기반시설 외 사용 신청서를 한국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에 제출하고 2024년 7월부터 2026년 12월31일까지 해당 토지를 임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남군은 안전기원제 현장 사진을 첨부해 곧바로 영산강사업단에 농업생산기반시설 목적 외 사용허가를 취소해 임대계약을 해지해 줄 것을 공문으로 발송했다.
느닷없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에 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학술적 목적의 지질조사라고 해서 사업을 승인했는데 당황스럽다. 핵연료 저장시설을 위한 지질조사라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은 그날 즉각 사용허가 해지 신청서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보내 계약을 철회했다.
명현관 군수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헤프닝으로 넘어갈 일은 아니며, 사업 추진 경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면밀하게 조사하겠다”며 “앞으로도 박지원 국회의원, 해남군의회와 협력해 핵 관련 시설은 물론이고, 주민들이 반대하는 어떠한 시설도 언급조차 될 수 없도록 군민들의 삶터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