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현산면 하구시리 이숙희씨 - 아버지의 매실나무…매실된장적 별미

어머니 손맛 따라 딸들도 100년 씨간장은 3대째

2024-11-04     조아름 기자
현산면 하구시리 이숙희씨와 동생들은 손맛이 좋은 친정어머니를 따라 전통방식으로 장을 담그고 있다.

 

 2024년 올해 해남미남축제의 미남스토리관의 주인공은 해남 장이다. 14개 읍면에서 조상 대대로 장 제조방법을 이어온 14가정의 장을 소환하는데 이번 호에는 현산면 하구시리에서 전통 장을 이어가는 이숙희(68)씨를 소개한다. 
현산면 하구시리 이숙희씨는 동생들과 함께 전통방식대로 온 가족이 먹을 장을 만든다. 
2남6녀 중 맏이인 이씨는 집안에 연례행사로 장 담그는 날과 매실 따는 날을 꼽는다. 친정어머니 때부터 손맛이 있는 집안으로 집안의 장을 꼭 담갔고, 빠지지 않는 식재료 중 하나가 매실액이다. 
면장이었던 아버지 故이영화씨는 당시 몸에 좋다고 해 성행했던 매실나무 2,000그루를 산에 심었다. 아버지는 수십 년 동안 매실 농사를 지으셨고, 자연스럽게 이씨 집안 모든 음식에 매실을 즐겨 쓰게 됐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매실나무가 짐이 되지 않도록 돌아가시기 전에 딱 3그루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그러나 여전히 매실을 따는 날은 가족들이 모이는 연례행사다. 

 

 

 친정어머니 김영순(88)씨는 예로부터 마을에서 음식을 잘하기로 소문이 났다. 마을 잔치가 있으면 주방을 책임졌고 떡, 한과, 산적, 유과 등 명절 보름 전부터 음식을 장만했다. 집에는 늘 손님이 많았고, 어깨너머로 배워온 딸들이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딸 6명 중에 조리사가 2명이나 나왔다. 
연로한 어머니가 부엌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10년 전부터 딸들이 중심이 돼 장을 담근다. 맏언니인 이숙희씨는 동생들을 모으고, 조리사로 근무했던 동생 이숙현씨와 이연숙씨가 함께 주축이 돼 어머니의 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숙희씨 가족은 전통방식 그대로 장을 담그며 12월에 메주를 만든다. 직접 농사지은 콩을 사용하고 콩 40kg을 삶아 메주를 만들어 방안에 볏짚을 깔고 띄운다. 때때로 검정콩을 섞어서 메주를 만들기도 하는데, 검정콩을 넣으면 된장이 까맣게 나온단다. 
메주는 10일 동안 방에서 띄우는데, 하얗게 균이 나오면 밖으로 옮겨 말린다. 메주를 2개씩 양파망에 담아 처마에 건다. 메주를 걸 때는 아들들이 나선다. 메주는 장을 담그기 전까지 처마에 매달아 말린다. 
이숙희씨 가족은 보통 음력 1월 장을 담근다. 메주에 숯, 고추, 소금, 물을 넣어서 장을 담그며, 약 30일이 지나면 장을 가른다. 간장은 안 끓이고 체에 걸러서 오래된 씨간장에 붓는다. 

 

 

 씨간장은 할머니 때부터 3대째 내려온 것으로 100년이 넘었다. 장을 씨간장에 붓기만 하면 그 맛이 좋아진단다. 
이씨의 가족 된장은 특이하게 매실된장이다. 집안 대대로 모든 양념에 매실을 빠뜨리지 않았는데, 된장에도 꼭 매실액을 넣는다. 메주 40kg에 매실액 4L를 부어준다. 장에서 건져둔 메주에는 매실액, 간마늘, 고추씨를 넣고 간을 맞춰서 항아리에 담는다. 
이숙희씨는 집장으로 시금치나 고춧잎 등 나물을 무쳐 먹거나 미역국을 끓일 때 사용한다.
된장은 국을 끓이거나, 온가족 별미인 된장 노각장아찌를 만들어 먹는다. 노각장아찌는 노각을 말려서 된장과 간장, 매실액과 버무려 맛이 들도록 통에 보관한다. 먹을 때는 참기름, 깨, 매실액에 무쳐 먹으면 입맛을 돋우는 밥반찬이란다. 
또 고기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가 자주 해주셨던 음식으로는 매실된장적이 있다. 돼지고기 삼겹살에 된장과 매실액을 발라 숙성시켜서 불에 구워 먹는 요리다. 어릴 적부터 즐겨먹었던 음식이라 지금도 온 가족이 모이면 매실된장적을 해먹는다. 이숙희씨 가족은 옛날 그대로 여전히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