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문내면 심동리 윤재숙씨 - 솔가지 넣어 향도 맛도 일품…전통 이어가다
장 담글 때 씨간장 한컵 친정어머니 손맛 이어
2024년 올해 해남미남축제 미남스토리관의 주인공은 해남 장이다. 14개 읍면에서 조상 대대로 장 제조방법을 이어온 14가정의 장을 소환하는데 이번 호에는 문내면 심동리에서 전통 장을 만드는 윤재숙(73)씨를 소개한다.
문내면 심동리에서 전통방식대로 장을 만드는 윤재숙씨는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았다. 윤씨의 친정어머니는 전북 순창이 고향으로 고추장, 된장 등을 일품으로 만들었다.
윤씨는 그동안 시어머니가 장을 담을 때 돕거나 친정어머니의 장을 가져다 먹었는데 우연히 전통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0년부터 친정어머니의 방식으로 홀로 전통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가마솥에 콩을 삶고, 황토방에 메주를 띄워 처음 된장을 담갔는데 그 맛이 너무나 좋다는 칭찬을 지인들에게 많이 들었고 본격 전통장의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됐다.
주변에 손맛 좋기로 소문이 나 된장을 만들어 판매하게 됐다. 지난 10년 동안 장을 많이 만들어 대도시 등에 판매해왔고,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양을 줄여 가족이 먹을 정도만 만들고 있다.
윤재숙씨의 장독은 반질반질 윤이 난다. 집안의 중요한 보물로 여겨 정성을 쏟아 쓸고 닦으며 깨끗하게 관리한다.
윤재숙씨는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장맛부터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장에는 손맛이 가미되고, 정성이 들어간다”며 “시간을 들일수록 맛있고, 장을 담그는 사람의 기분이 좋으면 더 맛있다”고 말했다.
윤재숙씨는 전통방식 그대로 장을 담그며 12월에 메주를 만든다. 날이 점점 따뜻해지면서 11월에 메주를 만들면 벌레가 나기 때문이다. 직접 농사지은 콩을 사용하며,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어 20일 동안 건조기에 저온으로 발효를 시킨다.
그리고 날이 좋은 날에 자연바람으로 하루 이틀 말린다. 이후에는 발효실에 짚을 깔고 장을 담그기 전까지 말리는데 바람이 통하도록 시원하게 관리한다. 메주를 발효할 때는 참소나무 가지를 걸어 두는데, 이렇게 하면 메주에서 쾌쾌한 향이 나지 않는다.
윤씨는 보통 정월장이나 2월장을 담근다. 장을 담글 때 그만의 비법이 있다. 씨간장 한 컵 정도를 장 항아리에 부으면 장맛이 잘 우러나고 맛있단다. 여기에 소금, 숯, 대추, 고추 그리고 씻어서 말린 솔가지를 넣어준다. 소나무가 염증에 좋다는 것을 책에서 공부하고 사용하게 됐다. 이렇게 만든 장에는 은은한 쑥향이 나며, 약 45~50일 정도 지나면 장을 가른다.
간장은 안 끓이고 체에 걸러서 끓이지 않고 햇장만 보관하며 해를 묵을수록 맛이 깊어진다. 윤씨는 2010년에 만든 씨간장은 덧장을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데 향이 진하고 맛이 좋다. 씨간장은 장을 담을 때만 사용하기 때문에 충분하다. 장을 담글 때 한 번씩 대나무로 저어 아래 쌓인 소금을 다 녹인다.
된장은 건져서 으깨고 항아리 뚜껑을 덮어 그대로 5일을 뒀다가, 날이 좋을 때마다 열고 닫기를 부지런히 한다. 된장은 주로 6개월이 지나면 맛이 나기 시작하고 1년이 되면 제대로 맛이 좋다.
윤재숙씨는 모든 음식에 생된장을 즐겨 먹는다. 고추, 오이 등 채소를 된장에 찍어 먹거나 나물을 무치고 국을 끓여 먹는다. 또 꽃게에 무, 마늘, 대파, 소주를 부어 만든 꽃게된장찜도 별미다.
간장은 미역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무칠 때 자주 사용한다. 김치 양념에도 꼭 집장을 쓰는데 김치에 젓갈이 덜 들어가서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다. 각종 산나물, 채소로 장아찌를 만들며 집장에 물, 외간장, 식초 등을 넣어 끓여 부으면 장아찌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