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방어하는 산성에 계단이?…흥미롭다
해남우리신문 역사기행 해남고등학교 3학년 동행
죄인이라도 도망해 들어오면 잡아가지 못했다는 신성불가침 지역인 소도, 과연 북일면 거칠마 토성은 마한시대 소도였을까. 해남우리신문 ‘제4차 산 정상 신전에서 마한 해상세력을 마주하다’ 역사기행이 지난 11월19일 진행됐다. 이번 역사동행에는 해남고등학고 3학년 학생들이 함께했다.
이날 역사기행 장소는 북일면 장고분과 거칠마토성이었고 안내는 국민대 변남주 교수가 맡았다. 변 교수는 이날 마한 후기 해남에는 호남일대 마한소국을 대표하는 신미국이 존재했고 그 위치는 현산면 백포만 일대였다고 설명했다.
또 신미국 멸망 후 5세기 이후 거대한 해양세력이 북일면 일대에서 활약했는데 대표적인 유물이 북일면 장고분과 거칠마 토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고분은 우리나라 단일 고분 중 가장 규모가 큰 77m로 이는 상당한 힘을 가진 지도자급이 북일면 일대에서 활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역사동행에 나선 학생들은 해남에 이렇듯 큰 고분이 있었다는 사실에 굉장히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북일면 장고분에선 금왕관에 사용된 구슬이 출토돼 무덤 주인의 당시 지위가 상당했음을 보여준다.
이날 학생들은 장고분 답사 후 거칠마 토성 발굴현장을 찾았다. 발굴현장팀의 안내로 둘러본 거칠마 토성은 적을 방어하기 위한 일반적인 산성과 다른 모습이었다. 거칠마 토성 남쪽과 서쪽, 북쪽에는 산성 안으로 통하는 계단이 매우 정교하게 조성돼 있었고 3곳의 계단은 각각 바다와 거대 고분군락지, 고대 촌락과 일직선상에 놓여 있었다. 이에 발굴팀은 친절하게 산성 안으로 안내하는 계단은 일반 산성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계단이 있는 것으로 보아 거칠마 토성은 왜적을 방어하는 공간이 아닌 북일면 일대 해상세력의 안녕과 공동의 번영을 기원하는 제례공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삼국지」위서 동이전(기원후 3세기대)에 따르면 마한 문화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것은 별읍(別邑) 즉 소도의 존재라고 밝힌다. 소도는 가장 신성한 존재인 제사장이 제를 지냈던 곳으로 거칠마토성에선 제례에 사용한 방울도 출토됐다. 또 제를 지냈던 다층 누각 건물터도 나왔다. 산 정상 가운데는 커다란 네모 모양의 구덩이도 발견됐다. 발굴팀은 구덩이 밑과 옆벽을 정성스레 진흙으로 발라놓은 것으로 보아 분명 신성한 공간으로 사용했을 법하다며 음식을 저장한 공간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 학생들은 처음 접하는 고대유적 발굴현장을 걸으며 발굴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한편 거칠마토성은 전체 둘레 385m, 면적은 약 6,000여㎡로 산 정상에서 발견된 제례공간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다.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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