⑬송지면 송종리 박정금씨 - 된장, 맛간장에 콩 삶은 물…이 집만의 비법
친정어머니에게 배운 전통 메주 잘 띄워야 집안도 평안
현재 각 집안의 전통장 담기는 사라지고 있다. 마을회관에서도 장과 된장, 고추장 대부분을 사 먹을 만큼 전통장 문화는 빠르게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송지면 송종리 박정금(73)씨는 여전히 전통장과 된장을 고집한다. 이유는 전통장과 된장이 주는 고유한 우리의 맛, 또 건강한 음식이란 믿음 때문이다.
박정금씨의 장담그기는 친정어머니에게서 배웠다. 그는 4명의 딸 중 막내로 태어났고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친정어머니의 전통장과 된장, 고추장 비법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었다. 송지면 송호리 출신인 그는 21세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나 친정집에서 살다 조금 떨어진 송종마을로 이주해와 지금껏 거주하고 있다. 송종마을로 이주해 왔을 때도 친정어머니와 함께였다.
친정어머니는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장과 된장 담그는 날을 소중히 여겼다. 조상 대대로 그래왔듯 손 없는 날, 길한 날에 장을 담았고 찬 기운과 따사로운 햇볕, 습기, 기온 등이 적당히 어우러져 장과 된장을 잘 발효시키는 음력 1월 정월장을 선호했다.
그는 메주를 정성껏 만들면 장맛도 좋지만 가정이 시끄럽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메주를 말릴 때 균이 머리카락처럼 까맣고 뻣뻣하게 서거나 갈라지고 벌레가 생기면 반드시 가정에 우환이 생긴단다. 따라서 집안이 편안하려면 정성을 다해 메주를 만들고 말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메주는 똑같이 관리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그만큼 정성과 관심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박정금씨는 장 담그는 날도 음력 닷새와 엿새를 고집한다. 닷샛장은 달고 엿샛장은 엿처럼 맛있다는 친정어머니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메주에 필요한 콩은 직접 농사지은 것을 사용한다. 메주는 10월 동짓달에 콩 20kg 한 말 정도를 가마솥에 삶아 만들어 방에다 띄운다. 일주일 후 메주에 까만 균이 앉으면 음지에 매달아 말린다. 옛날에는 짚으로 싸서 말렸는데 지금은 마늘망에 담아 겨우내 음지에 매달아 놓는다.
그리고 이듬해 정월 1월이 되면 장을 담는데 장엔 소금과 숯, 고추를 넣고 이때 물을 적게 붓는다. 그리고 30일 후 장을 가른다. 장은 끓이지 않고 씨간장에 붓는다. 장은 반드시 볕이 잘 드는 장독대에서 보관해야 하고 날씨가 좋으면 벌려 놓는 등 관리가 중요하다.
씨간장에 생기는 장소금은 버리지 않고 갈아서 양념으로 사용한다. 아까워서 버리지 않는 것도 있지만 장소금 특유의 맛이 있기 때문이다. 된장은 우선 먹을 된장만 남기고 묵은 된장과 섞는다.
식재료 하나 허투루 여기지 않는 박정금씨는 장을 만들면서도 버리는 것 없이 알뜰히 사용한다. 매년 메주를 만드는 10월이면, 메주 쓸 때 나온 콩을 삶은 물을 버리지 않고 된장독에 붓는다. 영양가 있는 콩물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묵은 된장에 부으면 딱딱했던 된장이 촉촉해지고 콩물의 단맛이 베여 된장 맛이 일품이다. 친정어머니 비법을 지금도 잇고 있는 것이다.
그는 맛간장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집장이 짜다며 잘 먹지 않기에 집장에 멸치육수와 콩 삶은 물, 물엿, 소주 등을 넣어 끓이면 맛있는 맛간장이 탄생한다. 그는 단맛이 있는 맛간장으로 게장을 담그면 별미라고 말했다.
된장독에 마늘쫑을 포개고 또 포개 넣으면 노란색이 베인 마늘쫑을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고 밝힌 그는 옛날에는 깻잎, 콩잎 장아찌 등을 다 그렇게 해서 먹었다고 했다.
그는 모든 음식의 간을 집장과 된장으로 한다. 색이 조금 검은 미역국이나 고사리, 취나물은 특히 집장이 제격이란다. 된장은 채소 겉절이에 최고다.
음식 잘하기로 이름난 그는 향토음식자원화연구회와 맛사랑 연구회 회원으로 30년째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