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화원면 질마리 김애숙씨 - 장과 된장 맛…짚과 메주 말리기에 달렸어요
메주, 방에서 두 번 띄우고 짚 층층이 깔아야 좋은 균
화원면 질마리 김애숙(74) 이장은예전엔 1년 연례행사로 담았던 장을 지금은 2년에 한 번 장을 담고 있다. 10~11월에 메주를 띄우는데 직접 농사지은 콩 40kg 두 말을 사용한다. 이는 2년간 먹을 양이다.
콩 40kg을 가마솥에 삶아 절구통에 찧거나 커다란 비닐봉지에 넣어 밟는 메주 만들기는 이만저만 고된 일이 아니다. 양도 많다 보니 메주를 쑤는 날엔 동네 동생이 힘을 보탠다. 그렇게 꼬박 이틀을 해야 메주가 완성된다.
메주는 방에 5일간 띄우는데 이때 방바닥엔 반드시 짚을 깐다. 메주를 띄울 때 짚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긴다. 몸에 좋은 바실러스균을 키울 수 있는데 이러한 한국의 전통방식을 정성껏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이장은 메주를 방에서 5일 띄우고, 양파망에 짚과 메주를 넣어 바람이 잘 통하는 시원한 그늘에 매달아 놓는다.
김 이장은 간장과 된장의 맛은 메주 말리기에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밀폐된 하우스나 창고가 아닌 반드시 훤히 트인 창고 처마 밑에 메주를 매달아 말린다. 그래야 곰팡이도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냄새도 나지 않는단다.
그도 음력 1월 정월에 장을 담는다. 다만 다른 집과 다른 점은 장을 담기 직전에 처마 밑에 걸어 두었던 메주를 다시 방안에서 5일간 더 띄운다는 것이다. 박스에 담아 메주 사이사이 짚을 넣고 이불을 덮어 5일간 발효시킨다. 이렇게 완성된 메주는 냄새가 너무도 구수하고 하얀 곰팡이도 잘 일어난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메주 띄우기를 친정어머니께 배웠다. 질마리는 총 20가구가 거주하는데 이중 여전히 장을 담은 집은 서너 집뿐이다. 그러나 이는 집도 장담그기 이전에 잘 마른 메주를 다시 방안에서 띄우는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5일간 메주를 다시 방에서 띄우는 것은 질마리의 전통인 셈이다.
메주는 정월에 깨끗이 씻어 장을 담는다. 옛날 어른들이 하던 방식으로 소금물에 달걀을 띄워 적당한 염도를 찾는다. 달걀이 둥둥 뜨면 메주를 넣어도 된다는 신호이다. 소금물에 메주와 숯, 고추를 넣고 물이 까맣게 우러나면 장을 가른다.
가른 장은 끓여 40년 묵은 씨간장에 섞는다. 이렇게 완성된 장은 너도나도 달라고 할 만큼 맛이 깊다. 따라서 김 이장은 국과 찌개 등엔 소금보단 반드시 집장을 사용한다.
된장은 소금과 집장을 섞으면 완성이다. 별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는데도 이 집의 된장 맛은 유명하다. 워낙 된장 맛이 좋아 이 집의 마늘장아찌와 깻잎된장도 별미였다고 한다. 마늘장아찌와 깻잎을 된장 사이사이에 넣어두면 노랗게 간이 드는데 이때 꺼내 먹으면 별미란다.
그는 찹쌀고추장을 담근다. 찹쌀을 물에 불려 빻은 후 죽을 쑤고 여기에 조청 물엿과 엿기름가루, 소주, 사이다를 넣어 담는데 이렇게 만든 이 집의 고추장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이렇게 만든 장과 된장, 고추장은 부모님 제사를 지내러 온 형제들, 자녀들과 나눈다.
김애숙 이장은 화원면에서 알아주는 음식 솜씨를 자랑한다. 이러한 음식솜씨는 친정엄마를 닮았다. 친정엄마도 동네서 알아준 요리 솜씨였고 설렁설렁 음식을 만드는 것 같은데도 그 맛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김 이장은 화원면 질마리 출신이다. 그는 서울에서 생활하던 중 양가 부모님들의 권유로 35세 때 동네 총각과 결혼을 했다. 따라서 결혼 후에도 같은 동네에 사는 친정어머니의 장과 된장 솜씨를 이어받을 수 있었다.
김 이장은 15년간 동네 이장을 맡고 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장을 맡은 후엔 더더욱 동네 행사엔 그의 음식솜씨가 발휘된다.
또 손이 워낙 커 김치를 담글 땐 여러 사람과 나눌 양을 준비한다. 김치는 자식들과 형제들뿐 아니라 동네에 일하러 온 사람들까지 챙길 만큼 그의 곳간 인심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논농사 3,000평에 밭농사 3만평을 짓고 있고 여기에 마을 이장, 소방대, 농협대의원, 새마을부녀회, 생활개선회, 농가주부모임 등의 활동을 해왔을 만큼 억척 일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