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이준석도 못했는데 82세 박지원 어떻게

2024-12-09     박영자 기자
박지원 의원이 계엄령 해제 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박지원 페이스북)

 

 12월3일 계엄령이 선포된 날 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회출입을 막는 계엄군을 향해 “이건 공무집행 방해다. 국회의원이 국회에 못 들어가는 게 말이 되나”라며 강하게 항의한 장면이 언론매체를 탔다. 이준석 의원다운 화려한 액션 저항은 종일 언론에 재생산돼 나름의 인상을 남겼지만 그는 계엄령 해제 국회 표결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그런데 해남우리신문에 날아 온 민원, 39세 팔팔한 이준석도 못 들어간 국회를 82세 최고 노익장을 자랑하는 박지원 국회의원은 어떻게 들어가 표결에 임했는가를 알고 싶다는 민원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이라 계엄령이 발포되자 1번 주자로 국회로 달려갔을 것이란 이야기부터 노익장 몸으로 담장을 넘었을 것이란 등 그의 정치인생 못지 않은 다양한 이야기가 나돌던 참이었다.
하도 궁금해 박지원 의원에게 전화로 직접 물었다. 어떻게 그 험난한 사선을 뚫고 국회에 들어갔는지. 
대답 왈 “경찰들이 내 얼굴을 다 아는지 도착하자마자 시원하게 길을 내 주는 바람에 당당히 국회에 입성했다”는 답변이었다. 
그럼 소문대로 1번 타자로 국회에 입성했는지 묻자 이미 50~60명의 의원들이 먼저 와 있었다는 답변이다.
박 의원은 이날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하고 오던 중 차안에서 계엄령 선포를 들었다고 말했다. 뉴스를 통해 계엄령 선포를 듣는 순간 “미쳤다. 바보다” 말만 연신 나왔고 국회로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좀도둑도 편의점을 털려면 준비를 한다. 그런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은 미치지 않고선 달리 해석되지 않는다”며 “미쳤다, 미쳤다”를 되풀이했다.
국회의 계엄령 해제 표결 이후 국회에서 밤을 샜다는 박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여섯 번의 계엄령 선포를 경험한 이다.
한편 이준석 의원은 국회의원이 담을 넘어 출입을 해야 된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으로도 이상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입구에서 3~4명 의원과 같이 정상적으로 걸어서 들어가겠다고 계속 요구하다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표결에 참여한 의원 상당수는 국회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이러한 의원들로 인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해제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