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배추가 없다…귀한 몸 된 해남 절임배추

김장 늦춰 가격안정 확보 고랭지 배추 감소도 한몫

2024-12-16     김유성 기자
매년 가격폭락이 반복됐던 해남 배추값도 안정세를 보이며 농가 소득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배추밭에 배추가 없을 만큼 해남배추 인기가 어느 해보다 높다. 특히 매년 가격폭락이 반복됐던 해남 배추값도 안정세를 보이며 농가 소득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랭지 배추 생산량 감소와 해남군의 전략적인 적기 김장하기 홍보 정책이 가격 안정화에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현재 해남산 절임배추는 20kg 한 상자에 4만3,000원~4만5.000원 사이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3만3,000~4만원에 비해 4,000원이 더 인상됐다. 
최근 몇 년 사이 강원도 등 고랭지 지역은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씨와 병충해로 인해 배추 수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랭지 배추 재배 환경 변화로 병충해와 무름병 등 기후 관련 질병의 발생 빈도도 늘었다. 2000년 7,461㏊였던 강원지역의 고랭지 배추 면적은 지난해 3,774㏊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 같은 고랭지 배추의 생산량 감소는 해남지역에 반사이익을 주고 있다.
예전에는 해남배추가 시장에 쏟아지면 배추값이 폭락하고, 심지어 산지 폐기까지 이어지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고랭지 배추의 생산량 감소는 자연스럽게 배추 과잉공급을 완화시키고 있다. 
올해 해남군은 고랭지 배추 출하 시기부터 시작되는 배추값 폭락을 막기 위해 김장철 시기를 조정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서울·경기 지역을 대상으로 김장을 약 10일 늦추자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11월22일이 김장 적기임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캠페인은 해남 배추가 적기에 소비자에게 도달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데 역할을 했다. 
군 관계자는 “김장철 시기를 조정함으로써 해남 배추의 상품성을 높이고, 출하 시기의 가격 폭락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소비자에는 품질 좋은 해남 배추를, 생산 농가에겐 가격 보장을 해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반 배추값 폭락을 막기 위한 노력도 진행됐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경기도권 김장철에 맞춰 덤핑 가격에 절임배추를 판매하는데 이는 해남 배추 가격형성에 악재로 작용해 왔다. 양은 많지 않지만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해남절임배추를 판매하기에 그 영향이 해남절임배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해남군은 김장초기 백화점과 대형마트와 거래하는 해남의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참여 제한을 요구했고 이 결과 기존 5개 업체 중 2개 업체가 참여를 포기했다.
포전거래 도소매상들의 치열한 경쟁도 배추값 안정에 한몫했다. 
군 관계자는 “올해 배추 물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신규 포전거래 상인들의 문의가 급증했다. 도소매상들이 직접 참여하며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로 인해 계약 비용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해남군의 절임배추 판매 수익은 총 700가구, 928억원으로 248만 박스가 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