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끝머리, 시 한편이 내게 왔다

화산면 출신 김여옥 네 번째 시집 「나는 언제나 나를 향해 서 있었다」

2024-12-31     박영자 기자
                        김여옥 시인

 

 인생에 대한 끈질긴 탐구, 사회적 존재로서 자아성찰. 실존적 고통을 위무하는 시집이 나왔다.
화산면 출신 김여옥 시인의 네 번째 시집「나는 언제나 나를 향해 서 있었다」(도서출판 들꽃)가 출간됐다.
시인은 세 번째 시집「잘못 드는 길도 길이다」(2009. 책만드는집)를 통해 문단의 관심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 이후 5년 만에 이번 시집을 발간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를 잡기 위함이 아니다// 동터 오는 새벽 다섯 시/ 잘 못 드는 영혼을/ 맑은 부리로 적셔주기 위해서다//. 깊은 숨 들이쉬게 하는 것이다.(새의 호흡법).’ 
시인은 이번 시집 1부에서 이순(耳順)의 나이를 통과하면서 얻는 인생과 자연, 우주의 순환을 이해하고 생존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여러 시편을 실었다. 
‘초승달은 끝내 보름달이 되지 못했다/ 그날 나는 거기서 친구들과 함께 이미 죽었고/ 43일 뒤, 죽은자도 산자도 지켜주지 않은 국가에 의해 또 죽었다(어느날 159개의 우주가 사라졌다 중).’ 
2부는 이태원 참사 등 은폐되고 감춰진 진실과 우리사회의 혼돈을 외면하지 않는 간곡한 선언이기도 한 시들이 실렸다.
‘시가 뭔지는 잘 모르제만/ 텔레비전에서 본께 시인은 외롭고,/ 시는 할수록 무장무장 심들다고 허든디/ 그라고 잽혀가기도 한담서/ 으째서 닌 해필 그 일을 할라고 허냐/ 그러나 그러나, 어머니// 그래, 돈이 뭔 필요 있겄냐/ 그라고 인명은 제천이라 했응께/ 한 번 시작헌 일/ 목심 걸 듯 야물딱지게 해부러라/ 그러나 어머니, 내 어머니(시인의 어머니).’ 
3부는 고향 화산면을 주제로 한 유년과 청소년 시절의 체험을 담았다.
1963년 해남에서 태어난 김여옥 시인은 1991년 월간「문예사조」에 연작시 ‘제자리 되찾기’ 5편이 당선돼 등단했다. 자유문학 편집장과 발행인, 월간문학 편집국장을 역임한 그는 시집「제자리 되찾기」,「너에게 사로 잡히다」,「잘못 든 길도 길이다」등을 펴냈다.
마케도니아 ‘제35차 스트루가 국제 시축제’, 불가리아 문화성 초청 ‘한‧불가리아 문학의 밤’, 중국작가협회 초청 ‘북경‧절강성‧상해 작가와의 대담’에 한국 대표로 참여했다.
서울 인사동에서 문학예술인들의 사랑방 ‘시인’을 운영하다 2014년 고향으로 귀촌해 자연과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