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그림자 속에서 피어난 희망과 절망
연말연시라는 건 왠지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힘이 있는 시즌이다. 작년 12월은 크리스마스며, 신정을 아무 생각 없이 뉴스만 보면서 보낸 듯하다. 무슨 일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멍해지고 또 무슨 일이 없나 하는 생각에 뉴스를 찾아보고를 반복했다.
작년 갑진년은 1월2일 연초부터 야당 대표가 백주대낮에 괴한한테 피습을 당해 생사를 오가는 충격적 사건으로 시작하더니, 12월3일에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왕을 꿈꾸더니 실패하고 지금도 내란이 진행되는 중인 듯하다.
내란죄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할 때 필자는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국회의 상황을 계속 보고 있었다. 군용 헬기가 국회에 착륙 후 우리나라 최정예 707 특임대와 공수부대가 진입하고 시민들과 대치하는 장면을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억누르면서 다 지켜봤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 출범했을 때 고위공직자 출신이나 현직에 있는 분들이 “우리나라는 사람 하나 바뀌었다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시스템이 잘 된 나라”라고 했더랬다. 2년 6개월이 지난 한국의 모습을 보면 한국 시스템이란 게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희망을 본 것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수천 명의 시민이 국회에 모여서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는 것을 도와주고 최정예의 군인들과 맞서고, 계엄군의 장갑차를 몸으로 막으면서 퇴각시키는 모습. 이후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서울 도심에서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서 K팝을 부르면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12월29일엔 무안국제공항에서 큰 비행기 사고가 나서 승무원 두 명을 제외하고 모든 분이 돌아가시는 참담한 사고가 났다. 승객 대부분이 광주, 전남분들이라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해남에서도 귀한 생명의 피해자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명복을 빈다. 윤석열 피의자가 취임하고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라는 말이 불행한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제주항공 비행기 참사에 대한 원인으로 언론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대고 있지만, 보험회사, 항공기 제조회사, 엔진제조회사들의 사후 원인에 따른 막대한 손해배상 금액 때문에 하나 마나 한 여론조성이지 않나 생각하고, 어찌 됐든 돌아가신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결이 됐으면 한다.
한편으로 윤석열 정부의 공직자들을 보면서 느낌 마음은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잘도 모았네”하는 생각이었다. 말이 좋아 뉴라이트지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대세에 따르는 집단이며, 친일적인 사고와 말을 내뱉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다음 정권에서는 윤석열 정권 때 손들고 나온 이런 사람들을 다 정리하고, 배척하면 되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렇게 실패하기 어렵다는 친위쿠데타를, 그 어려운 걸 해낸 피의자 윤석열을 보면서 공직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한때 윤석열은 “사람한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해서 결국 대통령까지 올라갔다.
공직자는 영리를 추구하고 자신의 권세를 뽐내는 자리가 아니라 공동체의 행복을 증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앞서야 할 것이며 개인이나 조직이 아니라 헌법상 규정된 민주공화국에 충성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공직에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직업의식을 가르치는 교육이 절실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