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매광산 118인 광부…동화책으로 오다
「돌탑이 된 사람들」 박상희 장편동화
2012년 8월15일, 황산면 옥매산 정상 바위에 깊게 박혀있던 쇠말뚝 제거행사가 전국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진행됐다. 일제강점기 말,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산 정상에 박았다는 쇠말뚝의 진실을 직접 확인하고 이를 제거한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황산면 출신 박상희 작가도 언론을 통해 그 과정을 지켜봤다. 학창시절 소풍가서 친구들과 도시락 까먹던 추억의 옥매산에 그 같은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부모님 제사 때 동생들과 함께 옥매산 정상에 올라 일제의 수탈현장을 생생히 목격했다.
옥매산 정상은 비행기 제조원료인 명반석을 채취하느라 온통 파헤쳐졌고 깊은 계곡이 형성돼 있었다.
그 힘든 일을 견뎌야 했던 광부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리고 2014년 그림동화책「옥매산 쇠말뚝」을 발간했다.
이후 다시 올랐던 옥매산에서 돌탑을 발견했다. 유족들이 118인 광부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쌓고 있는 돌탑이었다.
국내 강제동원 중 가장 희생 규모가 큰 사건인데도 사망자 명단도, 진실규명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는 더 많은 이들에게, 또 어린이들에게 옥매산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옥매산 돌탑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한 다짐 이후 그의 발길은 옥매산과 인근 마을로 향했다. 그리고 옥매광산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제주도로 끌려가 태평양전쟁 기지구축 작업에 투입됐고 해방 후 고향으로 오던 중 118인이 바다에 수몰된 사건을 채록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비극적인 역사 앞에서도 산자와 죽은 자의 아름다운 동행도 놓치지 않았다. 유족들이 바다에 수몰된 118인의 광부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118개의 돌탑을 쌓고 해남군민 1,400여명이 성금을 모아 추모조형물을 건립한 과정도 채록했다.
작가는 5년간의 자료조사와 증언을 토대로 장편역사동화「돌탑이 된 사람들」(펴낸 곳 청개구리)을 지난해 12월 출간했다.
작가는 이들의 희생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채 그냥 사장되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황산면 출신인 박상희 작가는 황산중과 목포여고를 거쳐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영남문학상 동화 부문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광주전남아동문학인회백일장(동화 부문) 대상, 목포문학상(동화 부문) 등을 수상했다.
장편동화 '아빠와 함께 떠나는 나주여행'(문화재단지원금 수혜), 단편동화집 '이모티콘 할머니'(문화재단지원금 수혜) 등을 펴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광주전남아동문학인회, 나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황산면 옥매광산 광부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예술장르로 확장되고 있다. 미암극단이 연극「귀향」이라는 주제로 무대에 올렸고 황산면주민자치회와 청년단체 ‘눙눙길’은 지난해 ‘옥매광산 별들을 생각하는 밤’을 주제로 조각, 설치 작품을 광주 충장로와 해남아트마루에서 전시했다.
행촌문화재단도 지난해 해남을 찾은 전국 작가들이 그린 옥매광산 배경 그림을 전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