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선물한 집, 새로운 시작의 공간(2)

2025-02-10     김지영/눙눙길 청년마을 대표, 공인회계사
                          김지영/눙눙길 청년마을 대표, 공인회계사

 

 이번 공사는 처음 WAKA(운영중인 한옥스테이)를 고칠 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해남에서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오면서, 어디서 어떤 자재를 구해야 하고,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고 예상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예산을 조절하며 꼭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을 고치는 일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다. 아무리 익숙해져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고, 비용이 추가되는 일은 피할 수 없다.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을까? 하는 불안과 의심이 올라올 때마다,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번듯한 와카를 지어놓고 정작 나는 단열도 안 되는 집에서 떨면서 사는 것이, 내 삶에서 맞는 선택일까? 내가 일하는 공간, 쉬는 공간, 나의 하루하루를 보내는 공간이 불편하다면, 그것은 결국 나의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 집을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단순히 ‘집을 고친다’는 차원을 넘어, 나의 삶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편해졌다. 대출을 받아 진행하는 공사지만, 이 과정이 불안이나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공사는 기존 집에서 필요 없거나 수선이 필요한 곳을 덜어내는 철거부터 시작했다. 80년대 유행했던 나무 조각 모자이크 천장이 너무나 귀하고 예뻤지만, 천장을 뜯어야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집의 외벽과 맞닿은 부분이 아닌 내벽에서도 곰팡이가 심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물매를 끊고 쾌적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거가 불가피했다. 걷어내고 보니 구조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보강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벽의 상당 부분을 철거했다. 덮어놓고 살 수도 있었겠지만, 곰팡이와 함께 살 수는 없었다.  
이 집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했던 손때 가득한 나무 마루도 삐걱거림이 심해 결국 철거를 결정했다. 마루를 걷어내고 잡석과 시멘트로 빈틈을 채우고, PP 비닐을 깐 뒤 아이소핑크 단열재를 넣고 새로 보일러 배관을 깐 후 방통을 쳤다. 기존보다 바닥이 10cm가량 높아졌지만, 바닥을 완전히 드러냈던 WAKA 공사의 경험을 떠올리며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WAKA는 바닥 철거부터 다시 구성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과 양생 과정, 함수율 조절 등 여러 난관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최소한의 철거로 최대한 단열을 확보하는 방향을 택했다. 하지만 바닥이 높아진 만큼 동네 어르신들이 방문했을 때 불편할 수 있기에 디딤돌을 잘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통이 양생되기를 기다린 후 전기 배선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내부 목공 작업에 들어갔다. 수직·수평을 맞추기 위해 각재로 틀을 잡고, 단열재를 넣은 뒤 석고보드로 마감했다. 보통 벽지를 시공하지만, 진돗개와 함께 살다 보니 벽지는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걸 이미 경험했다. 그래서 벽면 전체를 퍼티, 페인트로 마감하기로 했다. 페인트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을지 고민하던 중 ‘유럽미장’이 눈에 들어왔다. 실내 습도 조절을 돕는 친환경적인 자재로, 강도가 높아 손상이 적다. 게다가 천장에 노출된 나무 구조재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단점이라면 다른 선택지에 비해 자재와 시공비가 비쌌다. 하지만 많은 셀프 시공 사례도 있었기에 직접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사람들과 같이 해보면 어떨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유럽미장을 배우고 함께 작업해볼 사람을 찾는 설문을 올렸더니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 정도 호응이면 한 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WAKA를 개방해 잠자리를 제공하고, 직접 시공을 배울 수 있는 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