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깊은 해남이야기 79 | 황지우 시인을 살린 형님(혜당 황승우 스님)

2025-03-11     글,그림=김마루(향우, 웹툰작가)

 

 황지우 시인은 세 살 아이였을 때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일이 있다. 이때 시인의 손목을 잡아서 죽음으로부터 끌어낸 은인이 있다. 바로 시인의 큰 형이었던 혜당(황승우) 스님이다. 그러니까 황승우 스님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시인 황지우도 시인의 아름다운 시들도 만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혜당 스님의 자서전,「가시밭도 밝으면 길이 된다」(혜당 황승우, 도서출판 책가, 2015)와「스님! 어떻게 영어를 그렇게 잘하십니까?」(황혜당 스님, 기획출판 거름, 1994)에 나와있다.
이 기사는「가시밭도 밝으면 길이 된다」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황승우 스님은 동생 황지우가 “방실이라고 불릴 만큼 울지도 않고 방실거려 가족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로부터 귀염과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회상한다.
지우가 두 살 무렵이었을 때 큰 사건이 터졌다. “꿩을 잡는다고 청산가리를 콩알 속에 집어넣은 것을 지우가 주워 먹은 것이다. 옆방에서 듣자하니 지우가 꿩약을 먹고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것이다.” 
형이 그때 옆방에 있었던 것도 이 위급한 사실을 알게 된 것도 하늘의 도우심이 아니었을까? 황승우는 밀창을 후닥닥 재치고 몸을 날려 지우를 업었다. 집에서 병원이 있는 북평면 남창까지는 10km 거리였다. 승우는 고개를 넘고 들판을 달렸다. 그는 아무 정신이 없었다. 등에 업은 동생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드디어 병원에 당도하고 의사가 아이를 받았다. 그리고는 아이를 요리조리 살폈다. 
“아무 이상이 없는데요? 이 아이는?” 의사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무슨 일인가? 그럴 리가? 다들 놀랄 수 밖에. 바로 그때 누군가가 승우의 등이 젖어있는 것을 가리켰다. 그것은 고개를 넘을 때 지우가 토한 이물질이었다. 꿩약을 넣은 콩알이 그 안에 있었다. 만약에 아이를 업고 달리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꿩약속에 든 청산가리가 지우의 배 속에서 번졌더라면 지우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황승우는 지우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지우는 혼자서 옹알거렸다. “성이 아니었으먼 정말 큰일 날 뻔 했어.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