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기본법 제정 필요

2025-03-18     김성훈/해남군사회적공동체지원센터 주민자치 팀장
김성훈해남군사회적공동체지원센터 주민자치팀장

 

 마을공동체는 단순한 주민 모임이 아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지역 주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수는 있다.”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이 직접 조직한 마을공동체가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기제임을 증명한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마을공동체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해남도 주민자치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러한 제도가 실질적으로 동력을 받아 작동하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와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비유하면, 주민자치가 그릇이라면 마을공동체는 그릇 속 내용이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D. 퍼트넘은,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에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붕괴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주의가 심화하는 현대사회는 점차 공동체적 관계가 해체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회복하기 위해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에 관한 요지였다. 
또한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돌봄의 사회학」을 통해 돌봄(care)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며 특정 계층(여성)에게 과중한 부담이 주어지는 것에 비판적인 관점을 취했다. 이는 결국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마을공동체를 통해 사회적 돌봄을 실천하는 것은 지속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며 이러한 기반이 주민자치와 결합했을 때 그 시너지는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마을장터와 마을학교를 운영하며 윤리적 소비를 실천한 경기 용인의 동천마을 네트워크 사례나 재난을 대비하기 위한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한 남양주 진건읍 위험지도 프로젝트는 주민이 엮은 사회적 자본이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너븐내 장터 운영과 삼산천 및 면 소재지 환경정화 활동 등을 통해 지역사회를 가꾼 삼산면 한마음 신기 공동체, 어르신 문화 돌봄 등을 통해 공동체 활성화에 앞서는 화산면주민자치회, 마을 공동부지에 꽃을 식재하고 이를 활용해 식초 및 청, 모종 판매 등으로 자립형 공동체로 성장한 마산면 용소 공동체는 우리 지역 주민이 일군 사회적 자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지키고 보존할 것인가, 이를 통해 더 많은 우리 지역 사회적 자본을 축적할 것에 관한 질문을 우리는 반드시 해야 한다.   
21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마을공동체 관련 조례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위법이 없기 때문에 마을공동체 활동이 정책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주민자치와의 연계성 역시 모색하다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국내 정치적 상황이나 지방정부의 정책 방향이 바뀌면 기존의 존재하던 마을공동체 지원 정책이 폐지되는 등의 폐단 역시 뒤따른다.
요컨대 환경문제, 고령화, 사회적 불평등, 기후 변화 등 중앙정부가 전통적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던 지역의 여러 현안은 점차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해결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또한 주민자치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는 만큼,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작동하는 민주주의 기제가 되기 위한 첫 단계인 마을공동체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마을공동체 기본법이 단순한 행정 지원법이 아닌, 우리의 다음 세대와 함께 살기 위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대안이자 근본적인 법안이라는 사실임을 상기하며, 이를 우리 지역 공론장에 부쳐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