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공유제…해남군 뚝심 행정 시험대

거리·투자방식 놓고 이견 햇빛 주민참여 첫걸음 시작

2025-04-14     김유성 기자

 해남군이 ‘햇빛 공유’를 기초로 한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하며, 주민 참여형 에너지 정책의 전환점을 예고했다. 하지만 조례 제정을 앞두고 사업 참여 조건과 이익 배분 방식, 투자 구조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해남군의 결단력 또한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 해남군은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 조례’를 제정 중이다. 조례는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발생한 수익을 일정 비율로 주민들에게 배당하거나 마을 기금으로 환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오는 6월 군의회에 상정될 계획이다. 조례 제정을 앞두고 군의회 간담회를 통해 사전 입장을 조율하는 절차도 병행한다.
그러나 이익공유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핵심 쟁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첫째는 ‘참여 가능 거리 제한’ 문제다. 발전시설이 마을 생활권과 너무 인접하면 소음·환경피해 등 민원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멀면 주민들의 이해도와 참여 의지가 떨어진다. 일종의 '손해는 가까운 마을이 보고, 이익은 모두가 나눠 갖는 구조'에 대한 반발이 있는 것이다.
둘째는 ‘발전 용량 기준’ 설정의 문제다. 정부는 500㎾ 이상 규모의 사업에 주민참여를 권장하지만, 민간사업자는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참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용량 기준을 낮추면 참여는 확대되지만 사업의 경제성이 약화될 수 있고, 반대로 기준을 높이면 주민참여가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딜레마다.
셋째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조적 쟁점이다. 해남군은 펀드 또는 주식회사 형태의 투자방식을 검토 중인데, 이는 안정적인 수익 배당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고령 주민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주민은 참여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처럼 이익공유 조례는 단순한 제도 설계를 넘어, “누가 주인인가”, “이익이 지역 내에서 어떻게 순환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실제 가까운 신안군도 수년 전부터 유사한 조례를 운영해 왔지만, 주민들의 요구와 지역 여건에 따라 수차례 개정을 거치고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제도들이 아직 ‘실험기’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남군은 이번 조례 제정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펀드 주식회사 설립’, ‘이익공유 재단 설립’, ‘기부금 운용 조례’ 제정 등 보다 구조화된 사업 모델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단순한 이익 배분을 넘어 지속가능한 주민소득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제도 설계에 따른 일부 갈등은 불가피하겠지만, 행정이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주민 신뢰가 뒤따를 수 있다”며 “단기 성과보다 지역공동체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역의 땅과 햇빛에서 나오는 이익이 주민에게 돌아가는 ‘신재생에너지 주민참여’, 그 첫걸음에 선 해남군은 지금, 누구보다도 강한 뚝심 있는 행정을 요구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