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종 찾아 30년…색동 빛에 반하다
상수리, 붉은찔레 눈길 삼산면 목신 손광길씨
삼산면 목신마을에는 30년 넘게 식물을 가꿔온 손광길(65)씨의 ‘땅끝야생화농원’이 있다. 2,000여종이 넘는 야생화와 정원수를 품은 이곳은 해남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규모의 야생화 농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우스와 정원 곳곳엔 무늬가 들어간 수목들이 자라고 있다. 손광길씨는 처음 야생화의 매력에 빠지게 돼 무늬종, 분재, 조경수, 무늬종 조경수까지 확장해왔다.
손광길씨의 손길이 닿은 식물들은 그간의 사연을 품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농원을 에워싼 붉은 찔레꽃 울타리다. 해남 도로공사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 찔레는 손씨의 손에서 20m 길이의 화사한 담장으로 피어났다. 여름 초입에 붉은 찔레는 농원의 얼굴이다.
그러나 이 정원의 진짜 백미는 무늬종 식물들이다. 엽록소 결핍이라는 유전적 변이로 탄생한 이들은 생존력이 약하고, 자칫하면 사라져 손씨는 ‘유령’이라고도 부른다.
그는 산에 오르고, 농로를 걸으며 무늬종을 발견하면 가지 하나를 가져와 삽목을 한다. 또 무늬가 없는 나무에 무늬종 가지를 접목해 수종 갱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무늬종에서 발견되는 색감을 ‘색동저고리’라고 표현한다. 붉은빛에서 연초록, 노랑과 흰빛이 뒤섞인 이 잎들은 계절에 따라 변모한다. 같은 식물이라도 매일의 색이 달라 이 색의 변화를 보기 위해 무늬종을 키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무늬종의 색 변화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그는 새로운 무늬종이 발견되면 동호인들과 기꺼이 나눈다. 심지어 시간이 흘러 무늬가 사라진 경우, 예전에 나눠준 그 식물에서 삽수를 다시 받아오는 풍경도 종종 일어난다.
손광길씨는 전국 선진농장을 견학하며, 직접 사고, 번식하며 자신만의 식물도감을 구축했다. 특히 그가 발견해 해남 전역으로 전파한 무늬종으로는 상수리 무늬종이 있다. 상수리나무 무늬종을 씨앗에서부터 키워 지금은 해남 지역의 마니아들과 나눌 정도로 번식에 성공했다. 상수리는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과 식물로, 무늬가 들어간 잎은 그 자체로 관상 가치가 크다.
손씨는 2만여 평의 논농사를 직업으로 삼으며, 농번기에는 농사일에 열정을 태운다. 그리고 농한기에는 이곳 정원에서 식물을 가꾸고 정비하며 취미생활을 즐기는데, 하우스 5동, 조경수가 심어진 밭과 논까지 합치면 3,000평에 달한다.
손씨는 흙조차 손수 만든다. 저수지에서 직접 퍼온 흙을 세척하고, 크기별로 3단계로 나눠 건조한 뒤 분갈이용으로 쓴다. 물 빠짐이 좋은 조합을 만들어, 뿌리가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조경수가 심어진 정원에는 30년 전에 심어 수형이 너무도 아름다운 소나무, 버드나무 등이 눈길을 끈다.
손광길씨는 “대한민국에서 3,000평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식물 사랑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