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품은 야생화 정원…30년 식물 사랑
때죽나무, 철화마삭 눈길 화산면 관동리 소재관씨
화산면 관동마을 ‘땅끝애 들꽃농원’은 관두산 중턱에 위치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관동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30년 동안 식물 사랑을 고집해온 소재관(67)씨의 정원이다.
33년간 서울 강력반 형사로 살았던 그는 야생화와 꽃차에 매료되면서 삶이 더욱 풍성해졌다. 특히 꽃차의 색과 향에 빠져 전통차 마이스터 과정을 밟았고, 평창 전국 차대회 금상, 해남 치유음식 경연대회 대상, 남성 최초 전통 대령숙수 자격까지 얻었다.
범죄와 싸우던 그는 이제 해남의 들과 산을 누비며 식물과 시간을 보낸다. 귀향한 지 11년, 그는 꿈꿔왔던 야생화 정원에서 꽃과 나무, 새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산을 직접 일구며 나무와 꽃을 심어온 그는 이곳에 자생하는 나무들과 어우러지는 정원을 추구한다. 손으로 잡초를 뽑고 나무를 심어 만들어가는 재미인 셈이다.
소재관씨는 “천천히 정원을 가꾸는 일이 즐겁고 생태계에도 이롭다. 정원에는 사계절 많은 새가 놀러 오는데, 과실수는 모두 새들 차지다”고 말했다.
그의 농원에는 500여 종의 식물들이 자란다. 경기도, 강원도, 해남 각지에서 공들여 모은 자생종들이다. 겹꽃 도라지, 무늬 수국, 자생 감나무, 비비추, 산딸나무 등 쉽게 보기 힘든 종들이 다양하다.
특히 한껏 가지를 축 늘어뜨린 능수 때죽나무는 전국에서 보기 귀할 정도로 풍채가 대단하다. 또 완도 약산에서 발견해 키우고 있는 무늬종 철화마삭줄도 특별하다.
소씨는 “자생종에 관심이 많은데 기후와 토양에 맞춰 자생력이 강하다”며 “요즘에는 오히려 자생종을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에 산에서 발견한 식물들을 회원들에게 보급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백과야생화 협회 회원인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식물들을 회원들에게 나눈다. 산을 오르고 회원들과 함께 새로운 식물을 수집하고, 삽목해 증식한다. 가지 하나에서 시작해 뿌리를 내리고, 해를 넘겨 꽃을 피우기까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접목해 새로운 무늬, 색을 보는 것에도 재미를 느낀다.
그는 매일 정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침, 오후, 자다가도 나와 들여다볼 정도로 관심을 둔다. 매일 하루 2번 정원에 물을 주며 상태를 살펴보는데, 특히 새로 수집해온 식물은 관심을 가장 많이 둔다. 식생 환경을 맞춰줘야 잘 적응하기 때문에 인큐베이터를 만들어 적응시키고, 햇빛양과 바람, 날씨에 따라서도 조절해줘야 한다.
소씨는 자신의 농원과 자연에서 얻은 식물을 이용해 건강한 차를 만들고 있다. 그는 이 정원을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꿈도 있다. 같은 식물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자라는 자연의 신비를 관찰할 수 있게 하며, 꽃차 등을 마시며 자연에서 노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6년 전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이곳에서 시상이 떠오를 때면 시를 쓴다. 철마다 피는 꽃이 주제가 되기도 하고 삶에 대한 이야기도 쓴다. 칠순에는 시집도 펴낼 계획이다.
소재관씨는 “정원에서 마음껏 식물을 가꿀 수 있다는 데서 큰 행복을 느낀다”며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휴게시설을 보완해 자연에서 교감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