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옥상정원…선인장 500종 와, 탄성이

30년 가꿔온 정원 눈길 해남읍 해리 천애자씨

2025-06-09     조아름 기자
해남읍 해리 평범한 주택가에 천애자씨가 가꾼 비밀의 옥상정원에는 선인장 500종과 다육이 300종이 자라고 있다.

 

 해남읍 해리 평범한 주택가에 숨겨진 비밀의 옥상정원이 있다. 천애자(58)씨가 가꾼 정원에는 선인장 500종과 다육이 300종이 자라고 있다. 
마당이 없는 집, 그러나 주택 옥상에 오르면 잘 조성된 다양한 식물과 꽃이 눈길을 끈다. 천애자씨는 매일 해가 뜨기 전부터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새벽에도 잠이 깨거나, 심심하면 이곳에 올라 식물을 돌본다. 
그에게 식물은 30년 지기 친구다. 처음에는 다육이 2,000원, 3,000원짜리 화분을 사서 키워 자구가 나면 따서 하나씩 늘려갔다. 식물을 가꾸며 숱하게 주변에 나눔을 해온 그는 이제는 더 이상 세를 늘리지 않는다. 새로운 식물을 사지 않고, 이 식물들을 돌보며 종종 지인들에게 나눔을 한다. 
천애자씨는 “식물이 주는 기쁨이 있다. IMF 때 어려움이 있었는데 식물에 새싹이 나거나 꽃봉오리가 맺히면 정말 기분이 좋고 위로가 됐다. 그 기분은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는 기쁨인데 푹 빠져서 오랫동안 식물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다육이도 좋아해 많이 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 줄기가 늘어지며 목질화되기 때문에, 작은 옥상 공간에서 키우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옥상정원에 가장 적합한 식물로 선인장이 주를 이루게 됐다. 선인장은 꽃이 피고 지는 것 빼고는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다. 
선인장은 피고 지는 화려한 꽃이 매력이다. 이곳 하우스에는 선인장 500종을 볼 수 있다. 그가 선인장을 기르는 이유는 변함없이 형태를 유지하며, 때때로 화려한 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선인장은 강한 생명력을 지니며, 무더운 날씨에도 화려한 꽃을 피운다. 
천애자씨는 “선인장은 꽃을 짧게 피우는데, 자다가 새벽이 올라와 보면 그때 잠깐 꽃을 피우고 있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꽃이 화려하고 향기가 진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천씨의 정원에는 다양한 식기를 재활용한 화분이 눈길을 끈다. 외할머니의 호롱부터 친정엄마의 시루와 학독, 그 시절 다방에서 배달했던 커피잔과 가게 개업 기념 재떨이도 여기선 화분으로 쓰인다. 
밥그릇, 국그릇, 냄비, 뚝배기, 찜기 등 세월이 묻어나는 식기들은 구멍만 뚫으면 화분이 된다. 주로 지인들이 가져다준 그릇, 화분이 많아 돈 주고 사는 법이 없다. 
선인장은 그 종류도 다양한데,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들도 몇몇 있다. 25년 동안 키운 오래된 선인장도 여전히 이곳을 지킨다. 수십 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로비비아, 가장 키가 큰 수박 선인장, 길게 뻗은 여우꼬리 선인장 등 저마다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이곳에 있으면 마치 식물원에 온 듯, 다양한 선인장의 꽃에 황홀해진다. 선인장은 촘촘하게 난 가시 때문에 풀을 뽑을 때나 분갈이할 때 두꺼운 장갑을 끼고 핀셋을 이용한다.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인 선인장이지만 이곳 옥상은 햇볕이 세서 매일 물을 주며, 주로 빗물을 받아서 사용한다. 
천씨는 옥상정원에서 차를 마시거나, 지인들과 식사를 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도심 속에서 그가 만든 정원에는 사시사철 꽃이 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