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뿌리깊은 해남이야기 86 | 우리 곁에 온 부처, 혜당스님(황승우)의 자서전(7회)
혜당 스님의 이야기는 여느 구도자의 회고담이 아니다. 거기에는 눈물이 있고 삶의 진실이 있다. 밤하늘의 별과 같은 인연이 있다. 가난해서 중학교에 가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6학년을 한 번 더 다닐 기회를 주었을뿐 아니라 학기가 이미 시작됐는데도 고등공민학교에 입학시켜 준 김창수 선생님 이야기는 앞에서 소개했다.
광주사범학교 1학년에 다니던 친구 김장현은 주인공에게 영어를 처음 가르쳐준 독선생이었다. 산수동 공동묘지에서 책과 씨름하는 주인공을 찾아와 함께 공부했던 친구 이논규. 그는 주인공을 따라 장거리 행상에도 나선 든든한 벗이었다.
장거리 행상에 필요한 장사밑천을 고학생에게 꾸어준 산수동의 착한 아주머니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부안 위도에서 행상을 하던 주인공 일행을 맞아 여러 날을 먹여주고 재워준 친구 박서규네. 광주고등학교 학생신분으로 주인공과 함께 행상을 하면서 평생지기가 된 역사학자 이이화. 가족에게는 조밥을 차리면서도 객지에서 행상을 하던 주인공에게는 쌀밥을 지어준 제주도 영규네 어머니. 고졸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직접 나서서 학교를 소개해 준 김주익 교장 선생님. 광주사범학교에 들어갔으나 장거리 행상을 할 수 없어 한숨이 길어진 주인공을 여관장사 그룹에 끼워준 광주의 청년들. 일반인은 알기 힘들었던 육군통역장교 시험정보를 알려 준 미국인 맥스웰. 주인공이 통역장교로 근무하던 중 폐결핵에 걸렸을 때 조석으로 찾아와서 위로해 준 친구 임한구. 주인공이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 회화수업을 도와 준 윌킨슨 상사. 스님의 누이가 되어 주고 20년 넘도록 도반으로 지내는 로즈메리 교수. 이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고.
정명철, 조동희, 고정석, 윤영수, 백학순 등 제자들의 이야기도 빠트릴 수 없다. 광주 서중학교 시절의 제자였던 백학순 군은 특별하다. 이 제자는, 미국유학이라는 황승우의 오랜 꿈을 이뤄준다. 백학순 군은 미국 명문대학에서 종교학과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스승을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소개한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는 황승우를 흔쾌히, 교환교수로 초청한다. 1991년 10월. 53세의 황승우는 부푼 꿈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