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부러우랴…정원 가꾸는 은퇴생활
선녀들도 놀다 가는 곳 화산 이명호·왕신원 부부
화산면 방축리에는 숨겨진 정원이 있다. 이명호(79)·왕신원(71) 부부가 가꾼 정원으로 100여 종의 다양한 식생과 텃밭 식물이 자라고 있다.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삶, 전원생활이 꿈이었던 이명호씨는 공직생활을 은퇴하고 2010년도에 해남으로 귀촌했다.
고구마 밭이었던 이곳은 부부의 손길로 10여 년 만에 멋진 정원이 됐다. 집을 짓고 손수 심었던 정원수는 어느새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했다.
정원 주변으로 다정금나무와 홍가시나무가 훌쩍 자라 울창한 울타리가 돼, 비밀 정원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정원에 들어서면 이명호씨가 가장 아끼는 소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이 소나무 자태는 구름이 나무에 걸려 있는 듯 한가로워 보인다. 누구라도 쉬었다 가고싶은 풍경이다.
앞으로는 선은산이 초록으로 정원을 확장 시킨다. 선녀들이 산다고 하여 선은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운무가 내려앉을 때면 더욱 신비롭다.
이명호씨는 정남향으로 집을 지어 항상 따뜻한 온기가 집안을 감싼다. 이 집은 ‘명성당’이라 이름을 붙였고, 지인들이 놀러 오면 머무는 사랑방은 ‘선유정’이라 이름 지었다. 선녀들이 놀다 가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명호씨는 자연석을 쌓아 집터를 다졌다. 집으로 들어서는 길에는 봄에는 벚꽃과 능수 개복숭아꽃이 손님을 먼저 반긴다.
집 바로 앞에는 생각하는 바위가 있다. 왕신원씨는 이곳에 앉아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곳에서는 정원과 선은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부는 정원의 공작단풍 아래에 의자를 가져다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
봄이 오면 정원에 꽃들이 앞다퉈 꽃망울을 틔운다.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여름에는 별수국, 목수국, 명이, 꽃석류, 애기사과, 철쭉, 보리수 등 초록이 한창이다.
아내 왕신원씨는 활달하게 주민들과 교류하는 걸 좋아하고, 이명호씨는 정원과 텃밭을 가꾸며 전원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 풀을 뽑고, 전지 작업, 그네를 만들고 텃밭을 가꾸는 일이 그에겐 즐거움이다.
시인인 이명호씨는 이 정원에 앉아 종종 시를 쓴다. 특히 선은산과 정원의 꽃, 나무는 그에게 시상을 떠오르게 하는 대상이다. 그가 쓴 ‘선은산의 운무’ 한 대목에도 그의 전원적인 삶이 드러난다.
“내 자신이 신선인양/ 공기 부양기를 탄 듯 붕 떠 있으니/ 이 아까운 감정을 어찌/ 혼자만 느끼고 있을까/ 내 모든 벗을 이리로 불러/ 한데 어울리고 싶어라/ 신선이 따로 없고/ 바로 이곳이 신선이 사는/ 명당중에 명당인 걸.”
작은 텃밭에서도 매일 행복이 자라고 있다. 배추, 쪽파, 부추, 상추, 고추 등 채소부터 포도, 한라봉, 천혜향, 비파 등 과실류도 있다. 직접 농사지어 먹고 나누는 삶은 그가 오랫동안 꿈꿔온 삶이었다. 부부의 정원은 매번 아름다운 꽃과 열매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