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5억 ‘수산 기자재 클러스터’ 왜 고집하는가
건축비 상승으로 사실상 600억 규모 사업 추진하기엔 현실 벽 너무 높아
해남군의회가 실시설계비 14억원 전액을 삭감하며 제동이 걸렸던 솔라시도 내 ‘수산양식 기자재 클러스터’ 사업 추진에 해남군의 집념은 여전하다.
해남군은 2023년 국가 공모를 통해 솔라시도 내 1만평(33,058㎡) 부지에 연구지원센터, 기업지원동, 물류유통 및 A/S센터, 실증 테스트베드 등이 포함된 수산양식 기자재 클러스터를 유치했다. 총사업비 482억원으로, 이중 군비 부담은 16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토지매입비 55억원이 더해지면 사실상 군비 부담은 218억에 달하고 총사업비는 535억에 이른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건축비가 30~40% 가까이 껑충 뛰면서 사업비는 사실상 600억 원을 넘길 전망이다. 해남군의 재정 여건상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을 추진·운영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향후 운영비 부담, 실효성 검증 부족 등이 지적되면서 군의회는 여전히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업은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한때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해남군은 지난 7월26일 박지원 국회의원에게 사업추진의 어려움을 밝혔다. 이러한 보고에 박지원 국회의원도, 함께 있었던 군의원들도 사업 포기로 이해했었다.
그러나 해남군은 사업의 당위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사업 추진에 대한 미련을 붙들고 있다.
군 관계자는 현 상태에선 지방정부가 주도하기엔 무리가 있는 사업임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국회 농해수위에서 개류 중인 관련 법안이 개정되면 향후 운영과 투자 유치 등을 포함한 지역에 실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또 무엇보다 국비 매칭사업을 중도 포기할 경우 향후 공모사업에서 패널티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해남군이 이 사업을 붙들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문제는 예산이다.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기엔 이미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졌다.
군의회가 지적한 대로 토지매입비 55억원도 별도 군비로 충당해야 하고, 껑충 오른 건설자재도 모두 군비로 충당해야 한다. 또 향후 시설 운영비도 해남군의 재정 여건상 감당하기 어렵다.
향우 운영도 문제이다.
해남군이 발주한 사업 용역서에 의하면 국내 수산기자재 시장 규모는 약 2조 원에 달하며, 내구연한을 고려하면 연간 약 6,500억 원 규모의 교체 수요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양식용 의약품과 관련 기자재 수요까지 포함할 경우, 최대 연 1조 원 규모의 신규 시장 창출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이는 해남군이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과연 공직사회가 이 같은 시장을 선도하고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것이다.
해남군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솔라시도 내 대형 공모사업들이 잇달아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사업 추진을 의심받고 있다. 토지매입비 포함 409억원이 투입되는 김치원료공급단지는 대형 배추저장고 기능으로 변경됐고 지역소멸자금 60억원이 투입되는 스테이션H도 사업을 변경해 솔라시도를 떠나게 됐다.
한편 해남군이 수산기자재클러스터 사업을 정상 추진하려면 삭감된 실시설계비 14억원을 해남군의회가 승인해줘야 한다. 해남군의회가 어떤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