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7개나 있었제” 어란마을 마지막 점방

송지 어란진초 앞 ‘하나슈퍼’ 간판도 가게도 옛 모습 그대로

2025-08-25     박영자 기자
송지면 어란마을에는 지금도 오상우씨가 운영하는 작은 점방이 존재한다.

 

 송지면 어란마을에 앙증맞게 작은 어촌점방이 자리한다. 하나슈퍼라는 간판이 걸린 구멍가게다. 하나슈퍼에는 문구점이라는 글씨도 붙어있다. 한때 어란진초 학생들이 참새방앗간처럼 드나들었을 문방구 겸 슈퍼였다. 이때만 해도 점방은 성황을 이뤘다.
지금은 외국인 근로자들만 간간이 찾는 한적한 점방, 그래도 가게에는 아이스크림이며 생활용품, 과자 등이 진열돼 있다.
어란마을에는 한때 7개의 점방이 호황을 누렸다. 인구도 많은데다 송지면소재지인 산정과도 거리가 있어 7개 점방 모두 이용률이 높았다. 
그러나 교통의 발달과 자동차 시대가 열리면서 점방은 하나둘 문을 닫게 됐고 또 4년 전 편의점이 어란마을까지 상륙하게 되자 점방의 시대는 저물었다. 현재 어란마을에는 2개의 편의점이 존재한다. 편의점의 탄생으로 2년 전 여섯 번째 점방도 문을 닫게 되자 이젠 하나슈퍼만이 유일한 점방으로 남게 됐다.
하나슈퍼는 18년 전 오상우(70)‧김옥예(67)씨 부부가 기존에 있던 슈퍼를 인수했다. 점방을 인수한 후 가게 간판도, 내부도 그대로 유지한채 지금에 이르고 있어 점방 내부는 추억의 구멍가게 모습 그대로이다. 
추억의 점방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어 취재차 왔다는 이야기에 주인장은 언제 문 닫을 줄 모를 점방을 뭐하러 소개하냐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러나 점방도 어란마을의 역사이자 문화이고 생활사로 기록할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에 가게 내력을 들려줬다.     
오상우씨는 점방을 운영하기 전, 건축업에 종사했는데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해지자 지금의 점방을 인수하게 됐다며 18년 전 인수할 때만 해도 장사가 잘 됐다고 말했다. 
이때는 어란마을 인구도 많은데다 초등학생 수도 100여명이 넘을 때였다고 했다. 이때 가게 한켠에는 각종 문구류가 진열돼 있었고 주민들의 이용도 높아 생활용품뿐 아니라 술안주도 취급했다고 했다. 
하나슈퍼 맞은편에 있는 어란진초는 현재 학생수가 20명 안팎으로 그것도 대부분 유치원생들이다. 나머지 학생들은 송지초를 다니고 있다.
어란마을은 지금도 200여호에 인구 400여명으로 해남에서 가장 큰 마을에 속한다. 또 외국인 근로자들도 150여명이 넘는 등 활기가 넘치는 어촌마을이다. 어란마을 앞 어불도도 어란마을을 통해 이동하기에 하나슈퍼 앞은 자동차 이동률이 높다. 
또 어란마을과 어불도에서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어란진초에서 자주 축구경기를 즐겨  가게 앞 도로는 젊음이 넘친다. 
그러한 활기 속에서도 외딴 섬처럼 조용한 하나슈퍼, 그러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립고 정겨운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