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아이들 지킴이…엄마들도 단체걷기 도전

해남동초 녹색어머니회 12인 단체걷기 도전 중

2025-09-01     조아름 기자
통학로에서 교통안전 지도를 하는 해남동초 녹색어머니회가 건강을 위해 단체 걷기에 도전했다.

 

 아침 7시50분, 해남동초등학교 앞 등굣길은 언제나 분주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과 차량 속에서 하늘색 제복을 입은 학부모들이 서 있다. 통학로에서 교통안전 지도를 하는 해남동초 녹색어머니회다. 
등굣길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나선 엄마들이 이번엔 건강을 위해 단체 걷기에 도전했다.
회원들에게 단체 걷기 챌린지를 제안한 이는 박경선 명예회장이다. 회원 중 몇몇이 개인 걷기를 해왔지만, 단체 걷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경선 명예회장은 “개인 걷기는 꾸준히 하고 있는데, 단체로 하면 재미도 있고 상금도 있으니 우리도 해보면 좋겠다”며 제안했다.
회원 30명 중 희망하는 12명이 ‘단체 걷기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녹색어머니회는 매일 3~4명이 한 조가 되어 등굣길 교통안전 지도를 나선다. 정문, 사거리, 후문 등 학교로 향하는 통행로가 많아서 그만큼 안전 지도 인원도 많이 필요하다. 
회원 수는 아이들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천 명 남짓의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이는 30명으로 그 수가 넉넉지 않다. 회원들은 한 달에 1~3번 정도 돌아가며 교통안전 지도 봉사를 한다. 
직장인, 세쌍둥이 엄마, 엄마 대신 온 아빠 등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통학로를 지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 안전’이라는 큰 이유로 시작한 일이기에, 오랜 시간 활동을 이어온 회원들도 있다. 7년 차인 박경선씨와 김윤정씨, 10년을 훌쩍 넘긴 정명희씨는 아이들이 졸업한 후에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녹색어머니회의 교통지도는 만만치 않다. 호루라기와 안전봉으로 안내를 해도 이를 무시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제한속도를 넘겨 달리는 차량, 정문에서 아이를 내려주고 위험하게 유턴하는 차량, 심지어 아이를 도로에 내리는 안전불감증 학부모까지.
김선화 회장은 “사고가 날 뻔한 순간을 수없이 봤다. 운전자는 제발 아이들 눈높이에서 생각해주길 바란다. 아이들 안전이 우선이다”며 “어린이보호 구역을 안전하게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절박하게 말했다.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은 아침 교통지도가 끝나면 이미 수천 보는 채워진다. 교차로 사방을 돌며 차량을 살피고, 아이들이 무사히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안내하다 보면 2,000~3,000보는 자연스레 쌓인다. 이후 집안일, 출근을 더하면 만보 달성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단체 걷기를 하고 있는 회원들은 “걷고 나면 몸이 한결 가볍다. 체력도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자녀들은 “엄마 걸음수를 못 채웠다” 하면 대신 걸음을 채워주겠다고 말하거나, 함께 공설운동장, 공원에 나가 걷기도 한다. 가족까지 챌린지에 동참하는 셈이다.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은 단체 걷기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서로를 챙기고 격려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서로 걸음수를 사진으로 올리고 응원하면 은근한 동기부여가 된다. 
회원들은 “혼자 할 때보다 확실히 꾸준히 하게 된다. 그냥 목표를 채우는 게 아니라 함께 한다는 게 힘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