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도슨트…수묵의 뿌리 해남 알린다

박선미 前문화예술과장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2025-09-08     조아름 기자
박선미 도슨트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는 금, 토, 일요일에는 하루 4회씩 해설에 나선다.

 

 “해남에서 열리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전시가 규모가 작다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해남이 ‘수묵의 뿌리’라는 사실을 눈앞에서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
37년의 공직생활 이후 시민들 앞에 선 박선미 도슨트. 지난해까지 해남군청 문화예술과 과장이었던 그가 퇴직 후 도슨트를 택한 배경에는 2019년 평생교육팀장으로 재직 중 추진했던 ‘해남학’ 과정이 기반이 됐다. 
박선미 도슨트는 “해남에 역사·문화 자원이 이렇게 많다는 걸 그때 뼛속까지 느꼈다. 흩어진 진주를 꿰듯, 해남의 문화 자원이 교육과 관광에 쓰이도록 연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그에게 남다르다. 그동안 해남은 특별전으로 전남수묵비엔날레에 결합했는데 지난해 문화예술과 과장 재직 시 수묵의 뿌리인 해남이 주 전시장으로 이어지도록 기초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짧은 기간 문화예술과를 이끌었지만 해남문화예술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선미 도슨트는 “해남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정식 개최지로 포함됐을 때, 어떻게든 현장에서 돕고 싶었다”며 “공직에서 행사 진행은 많이 해봤지만, 전시 해설은 첫 도전이라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도 눈을 맞추고 끝까지 들어주시는 관람객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도슨트는 올해 초부터 목포대 평생교육원에서 ‘문화탐방 지도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리고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는 금, 토, 일요일에는 하루 4회씩 해설에 나선다. 
그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주 전시공간인 고산윤선도박물관의 ‘공재, 겸재를 만나다’에서 관람객들에게 설명할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이곳에는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과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어둑한 조도에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박선미 도슨트는 “이 방에는 두 작품, 최소한의 조명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배제돼, 두 개의 시선이 마주 서도록 설계됐다. 오롯이 두 점만 이곳에 전시한 이유는 이들이 한국적인 수묵의 선구자이기 때문이며 작품의 규모보다는 그 존재의 가치가 크다”고 설명한다. 
박 도슨트는 전시 해설을 할 때마다 해남이 ‘수묵의 뿌리’라 부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공재가 사실주의와 풍속화 등으로 한국적인 수묵의 뿌리를 내렸고, 그 영향이 겸재·추사·소치로 이어졌다”며 한국 수묵의 전파과정을 밝힌다. 
지난 주말 해설을 마친 그의 소감은 담백하다. “능숙하진 않지만, 해남에서 태어나 해남을 사랑해온 마음을 담고 있다. ‘작아도 깊다’는 해남의 뿌리를, 제 목소리로 전해보려고 한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8월29일부터 10월31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 공식 합류하게 된 해남에선 고산윤선도박물관과 땅끝순례문학관에서 각각 전시가 열리고 있다.
특히 해남전의 백미는 1704년작 공재의 ‘세마도(洗馬圖)’로 321년 만의 첫 공개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도슨트는  땅끝순례문학관에서 오전 11시, 오후 3시이며, 고산윤선도박물관에서는 오후 1시, 오후 4시에 안내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