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우슬재가 인물난을 불렀다

2025-09-22     박영자/편집국장
박영자/편집국장

 

 내년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인물난을 호소하는 군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군수뿐 아니라 도의원, 군의원 선거 모두 인물난이란 이야기다. 
높아진 우슬재 문턱, 국회의원 선거는 우슬재 문턱을 낮춘 경우가 있었지만 군수 선거만큼은 그 문턱을 허용한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이러한 해남의 폐쇄적 정치지형은 오랫동안 누적돼 왔고 그 결과 우슬재 밖 누구도 감히 도전을 못하는 철옹성을 만들어 냈다.
물은 흘러야 맑아지고 건강해진다. 인근 지자체의 경우 밖의 물을 받아들이면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지만 해남은 오래도록 외부의 물길을 막아왔다. 해남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고 그 결과 작은 냇가에서 어느 물고기가 더 큰지, 가늠하는 세상에 갇히고 말았다. 
명현관 군수는 2선을 무사히 마칠 전망이다. 해남 유일한 2선 마무리 군수라는 명예도 얻게 된다. 또 해남 유일의 무투표 당선 군수이기도 하고 해남 유일의 3선 도전 군수이기도 하다. 다만 3선 도전은 상대 후보들의 전면적 공세에 이어 유권자들의 평가의 잣대가 냉혹해진다는 점이다. 
그런데다 지난 군수선거 무투표 당선은 팬덤을 무력화시켰다. 선거란 강한 팬덤을 형성하는 정치적 장치다. 사조직이든 공조직이든 아니면 유권자의 표심이든 선거를 통해 맺어진 팬덤은 현역 정치인으로 있는 동안 강력한 지지 동력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명 군수의 무투표 당선은 팬덤의 약화를 불러왔고 이는 지금의 시중 민심에서도 읽을 수 있다. 
행정은 사업과 달리 입체적이고 다면적이다. 사업이 수치와 그래프를 통해 성과를 입증하는 이성적 영역이라면 행정은 다양한 면에서 군민들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감성적이고 공감의 영역이다. 사업은 투자한 만큼의 성과가 돈이라는 구체적인 실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행정의 투자는 군민의 삶을 위한 인프라에 투자되기에 돈이라는 구체적인 실적보단 변화라는 체감으로 군민들에게 다가온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읍‧면민과의 대화에서 민선 7~8기 국비확보 수치 치적은 군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국비를 확보한 만큼 군민들이 해남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변화한 것이 있다면 대규모 사업을 벌이겠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위한 조치를 하나하나 제시하고 또 바꾸는데 집중하고 있다. 
해남군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최대 농업군답게 농산물의 가격결정권, 유통의 단일화 등으로 농업소득을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또 아젠다 없는 대규모 시설중심의 관광정책도 변화를 해야 하고 기업 중심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정책도 해남군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이익을 얻었을 수 있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해남군민의 오랜 숙원인 읍내 순환버스 도입, 민선 7~8기 들어 우후죽순 설립된 교육재단 등 비롯한 관광재단, 먹거리 재단 또 각종 중간조직에 대한 중간평가도 내려야 한다. 그동안 해남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각종 공모사업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뒤따라야 한다. 
내년 6‧3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지겹도록 봐온 대규모 SOC사업이나 철학이 부재한 대규모 사업 공약은 만나길 거부한다. 군민들의 삶과 밀접한 각종 정책들, 그러한 정책 중심의 지방선거, 민선 9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