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의 수상소감

2025-09-30     김지영/시골집 고치는 회계사
                                김지영/시골집 고치는 회계사

 

 ‘2025년 전라남도 청년의 날’ 행사에서 유공표창을 받게 됐다. 상을 받아든 내 마음은 복잡했다. 왜 나한테? 라는 질문과 함께 더 잘하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고, 괜한 질투만 더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전남형 청년마을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난 2년 동안 눙눙길을 만들어왔다. 사업의 목적에 맞춰 외부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설계돼 있었기에, 정해진 예산 틀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재밌고 새로운 시도를 여러 차례 할 수 있었지만, 지역주민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평가에도 익숙해졌다. 수차례의 축제, 캠프와 전시, 수백 명의 참가자, 수천 명의 관람객이라는 화려한 결과물이 있었다. 해남을 깊이 경험하고 간 사람들, 연결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생겼다. 지역 주민들과 가까워진 순간들도 있었다. 요청이 오는 대로 수없이 언론 인터뷰를 했고, 귀촌한 내 삶과 눙눙길의 모습을 취재해 갔다. 하지만 그 과정이 내게 남긴 건 번아웃이었다.
정부지원사업은 인건비에 인색하다. 특히 ‘청년’이 붙은 사업은 더 심하다. 하지만 이 조건을 다 알고 지원하게 되는 공모사업의 특성상, 불합리하다는 문제 제기는 할 수 없다. 청년마을의 경우에는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월 인건비가 50만원이다. 일하는 시간에 비하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적은 인원으로 촘촘히 목적과 용도가 정해진 사업비를 집행해야 하다 보니, 숨은 노동이 끊임없이 따라왔다. 기획, 준비, 보고, 정산, 사람을 맞이하는 감정노동까지. 더이상 청년마을 공모사업과 같은 방식으로는 일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외부 자원에 맞춰 억지로 일을 만들고, 적절한 보상 없이 구성원을 갈아 넣어야만 유지되는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최근 황산 옥동초 뒤 소나무 숲을 둘러보며 느낀 감정도 이 혼란과 닿아 있다. 학교가 폐교가  된 후 숲은 방치돼 잡목이 무성했다. 해남군에서는 사업비 수억원을 투입해 2023년에는 산책로를 조성했고, 이어 2024년에는 눙눙길 치유숲을 조성했다. 
헌데 최근 주민들 사이에 이 부지를 엎어 파크골프장을 만들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곳에 공원이 생기면 많은 분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고, 주민들의 생활이 한결 풍요로워질 것이다. 게다가 그 땅은 본래 이곳을 오래 지켜온 사람들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꼭 이곳이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새로 조성한 공원을 없애고, 수십 년 자라온 소나무들을 베어내야 한다. 그저 당황하는 것 외에는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었다. 그럴 자격이 나한테 있긴 한가?
나는 여전히 해남에서, 눙눙길에서 어떤 자리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눙눙길 청년마을 대표라는 이름 말고는 어떤 권한도, 역할도 없다. 그리고 그 공모사업의 2년 사업 기간이 끝났으니 그마저 사라진다. 행정과의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내기도 하지만, 딱히 의미는 없다. 
오래된 건물들을 활용해 풍성하게 쌓여가는 이야기들을 만들고 싶었다. 그 이야기들이 결국은 사람들에게 통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결국 다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낡은 건축물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경제성과 효율성의 논리에서는 그게 맞다. 그렇게 나는 중심에 서 있지 못하면서도, 주변도 아닌 애매한 자리에 서 있다. 분명 애쓰고 있는데도 뜻한 바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실질적인 보상도 없다는 사실이 허무하게 다가온다. 이방인으로서의 감각, 경계 위에 서 있는 불안, 때로는 따가운 시선과 질투. 그것이 지금 내가 살아내고 있는 현실이다. 
외부의 평가와 내면의 감각이 어긋날 때, 그 간극은 더 크게 느껴진다. 나 자신조차도 어떤 확신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 혼란이야말로 지금 내가 여기서 살아가는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 글도 희망찬 다짐으로 마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혼란은 혼란대로 두고, 내가 지금 해남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장 진짜의 이야기를 이렇게 기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