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추석․․․ 네팔 직원에 고향행 선물
농촌 현장의 새로운 풍경 황산면 강산푸름농장
추석 연휴가 한창이던 지난 10월9일, 해남 황산면의 한 농장에서는 따뜻한 미담이 전해졌다. 강산푸름농장을 운영하는 강정수(71) 대표가 네팔 출신 근로자 차우디 팟다우(35)씨에게 3주간의 유급휴가를 주고 직접 항공권까지 마련해 고향으로 보낸 것이다.
‘네팔 정세가 불안해 가족이 걱정된다’는 말을 들은 강 대표가 ‘고향에 다녀오라’며 먼저 제안한 것이다. 농장 운영이 빠듯한 명절 연휴에 외국인 근로자를 쉬게 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는 “일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1970년대부터 한우를 키워온 해남 황산의 대표적인 축산인이자, 현재 400평 규모 축사 2개동에서 200여 마리의 소를 키우며 두 명의 네팔 근로자와 함께 일하고 있다.
강 대표는 “요즘은 외국인 없이는 축산이 안 돌아간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도 사람이 대접받는 일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산푸름농장은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일하기 좋은 농장’으로 알려져 있다. 매주 한 번씩 함께 시장을 보러 나가 필요한 식재료를 직접 고르고, 먹고 싶은 음료나 과자 등은 그들이 적어준 리스트를 참고해 사온다.
강 대표는 “일꾼은 먹매로 잡는다는 옛말이 있다. 잘 먹여야 일도 잘하지 않겠나”라며 웃으며 말했다.
강 대표는 단순히 숙식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곳은 함께 밥을 먹어야 정이 생긴다’며 한 달에 두 번은 직원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만든다. 염소탕집에서 수육 한 접시를 시켜놓고 막걸리를 나누는 자리, 읍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그에게 소중한 일상의 일부다. 팟다우씨가 고향으로 떠나기 전에도 그는 읍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가족 잘 보고 와, 몸 건강히 돌아오라’고 당부했다.
현재 해남 지역에는 농업·축산·수산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사업장에서는 숙소와 급여 문제 등으로 갈등이 이어진다.
강 대표는 “젊은 사람들이 농장 일을 안 하니까 외국인 없이는 버틸 수 없다”며 “그러니 더 인간적으로 대해야 오래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팟다우씨는 3년 계약 후 2년 연장을 통해 총 5년간 근무 중이며, 함께 일하는 또 다른 네팔인 직원 카브리엘 무띠(28)씨도 성실히 일하고 있다.
강 대표는 “신문에서 외국인 근로자 임금 체불이나 폭행 기사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그들도 고향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따뜻하게 대해줘야 한국을 좋은 나라로 기억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돈보다 마음이 먼저”라며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지키는 게 결국 내 일에도 복이 된다”고 덧붙였다.
강정수 대표의 이야기는 단순한 미담을 넘어, 해남 농촌이 안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인력난 속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지금, 그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유지하느냐는 지역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강 대표의 사례는 사람을 중심에 둔 상생의 태도가 단순한 ‘선행’을 넘어 농촌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