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무름병에 쓰러진 해남 배추밭

절임배추 대목 코앞인데 농민들 시름 기후변화로 이틀에 한번 비, 직격탄

2025-10-27     김유성 기자
가을장마가 길어지면서 배추 무름병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가을 장마가 길어지면서 배추밭에 비상이 걸렸다. 김장배추 주산지인 해남에 무름병과 뿌리썩음병이 급속히 번지고 있으며, 이미 밭을 갈아엎은 곳도 발생하고 있다. 평년보다 잦은 강우와 높은 기온이 겹치면서 병해 확산 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무름병 확산의 주요 원인은 기상이변이다. 해남군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강우일수는 19일로 지난해보다 9일 많았고, 평균기온은 23.5도로 평년보다 1.7도 높았다. 잦은 비와 높은 습도, 늦더위가 겹치면서 배추밭의 토양이 과습해지고 병원균이 급속히 번졌다. 이에 뿌리와 지제부가 수분을 견디지 못해 썩어들어가고, 잎이 무르게 변하며 포기 전체가 시드는 증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무름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가장 빠르게 번지는 세균성 병해로, 예찰이 늦으면 밭 전체가 감염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22일 산이면의 한 배추밭. 초록빛으로 빽빽해 보이던 밭은 가까이서 보면 군데군데 잎이 누렇게 말라붙고 줄기가 물러 쓰러져 있다. 밑동을 뽑아보니 뿌리가 짧고 갈색으로 변색돼 있었다. 
물 빠짐이 좋은 고지대 밭은 비교적 피해가 덜했지만, 저지대나 배수가 불량한 지역에서는 김장배추와 월동배추를 가리지 않고 병해가 발생했다. 
해남군 농업기술센터는 10월 중순 기준 피해 면적을 50㏊로 추정하고 있으며, 지속된 비로 피해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해남군은 병해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 방제에 돌입했다. 군은 국비를 포함한 2억 원의 긴급방제비를 확보해 전체 재배면적을 대상으로 무름병 예방 약제를 지원하고 있다. 
500g 들이 약제 6,668개를 배부해 농가들이 즉시 살포할 수 있도록 했으며, 현장기술지도반을 가동해 농약의 안전 사용법과 후기 생육관리 요령도 병행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긴급 약제 지원은 병해충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고 생육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라며 “농가의 약제비 부담을 덜고 피해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