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천암 방류 곱창김 전멸…어민들 아연실색
해남농어촌공사 항의 방문 피해 규모 너무 방대 주장
고천암과 화산 관동방조제 방류로 민물이 바다로 대량 유입되면서 곱창김 엽체가 대거 탈락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잦은 가을 비에 농어촌공사 해남지사가 일시에 방조제 물을 대량 방류했기 때문이다.
이에 황산면과 화산면 어민들은 지난 10월29일 항의차 한국농어촌공사 해남지사를 찾았다.
이날 어민들은 “방조제의 잇따른 개방으로 민물이 대량 유입돼 김이 전멸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항의방문에는 전국김생산자협회와 어민 대표, 수협 관계자, 해남군의원, 해남군 관계자 등이 함께했다.
어민들은 “김 종자를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수문을 열어 염도가 떨어진 결과 김 채묘가 녹아내리고 생태계까지 교란됐다”고 주장했다.
또 “사전 통보도 없이 새벽에 수문을 개방하고, 피해 현장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어민 대표는 “비가 오기 전 9월 중순까지 물을 미리 빼고, 방류가 불가피할 때도 짧은 시간의 대량 방류가 아닌 며칠에 걸쳐 방류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농어촌공사 해남지사 측은 “고천암 배수관문은 1988년에 준공돼 시설 노후가 심각하다”며 “홍수 방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방류를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또 “10월 초부터 중순까지 해남 지역에 38mm에서 55mm의 강우가 연이어 내렸고, 논으로 물이 역류해 침수될 위험이 있어 방류가 불가피했다”며 “비가 오지 않은 상황이라면 수문을 열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고천암 방조제를 포함한 국가관리방조제 개보수사업과 관련해 87억원 규모의 예산을 요청해 놓은 상황이다”며 “자연 유화 방식의 추가 방류 수로를 설치해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민들은 “수문 개선은 2~3년 뒤의 일이고, 피해는 지금 벌어지고 있다”며 “현장 조사와 피해보상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고 반발했다. 어민 대표단은 “농어촌공사가 직접 피해 현장을 돌아보고 전남도와 군, 연구기관이 함께 조사한 결과를 정부와 국회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종부 의원은 “이 문제는 단순한 수문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어민의 생존권이 걸린 사안”이라며 “농어촌공사와 행정, 정치권이 협력해 피해 보상과 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어촌공사는 “전남도와 해남군, 해양수산부가 합동으로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며, 결과를 바탕으로 보상 절차와 재발 방지 방안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류로 김양식 곱창김은 직격탄을 맞았다. 현장 어민들은 “지난해 김 한 자루가 100만원을 넘었지만, 올해는 종자조차 건질 수 없다”며 “20년 전에도 같은 피해로 시위를 벌였는데,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