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는 그림전시회? 매우 불친절한 전시회

주우석 작가의 마음전 땅끝조각공원 11월1~14일

2025-10-31     박영자 기자
작품도 없는 벽면에 제목과 사용한 재료만이 붙어있는 주우석 작가의 마음전이 11월1일부터 14일까지 땅끝조각공원 ㄱ미술관에서 열린다.

 

 어디까지가 미술이고 그 경계점은 어디까지일까. 
그림 작품 없는 그림전시회, 달랑 작품명과 작품크기, 사용한 재료만이 명함처럼 붙어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전시명은 마음예술, 작품명만 보고 관람자 스스로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라는 매우 불편하고 불친절한 전시회가 오는 11월1일부터 14일까지 땅끝조각공원 ㄱ미술관에서 열린다.
1907년 유럽 미술계가 술렁거렸다. 원근법도 없고 형태도 기괴한 그림의 등장, 사물의 형태를 조각조각 내버린 그림, 피카소를 대표하는 입체파 그림의 등장이었다.
1917년, 입체파 그림은 그래도 양반이라 평가받을, 더 파격적인 작품이 등장했다. 미국 뉴욕 전시회에 집에서 사용하는 변기통이 등장한 것이다. 마르셀 뒤상이 내놓은 작품명 ‘샘’이다. 
물론 작품은 전시기간 내내 칸막이 뒤에 방치돼 있었지만. 변기통 ‘샘’은 ‘열심히 그린 그림만이 작품이냐며 과연 예술은 무엇인가’를 진실되게 묻는다. 
작가 요제프 보이스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1965년 독일 뒤셀도르프의 슈멜라 갤러리, 보이스는 죽은 토끼를 품에 안은 채 그 죽은 토끼에게 갤러리에 걸린 그림들을 장장 3시간 동안 친절히 설명하는 그 행위 자체가 작품이라며 행위예술을 내놓았다. 작품명은 ‘죽은 토끼에게 그림 설명하기’였다. 예술은 언어적 설명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역설의 전시였다.
20세기 미술의 흐름을 뒤흔든 사건들, 미술계 반항아들의 해괴한 파괴는 현대미술의 본질을 묻는 질문으로 확대됐다.
현대미술의 불친절, 난해하고 불편하고 그러나 예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소통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 반미학, 반미술, 반관습의 선두에서 모든 예술에 반기를 들었던 이들로 인해 현대 미술은 다원화된다.
이러한 화가들 중 한국 출신 백남준도 있다. 백남준은 미디어아트라는 개념의 미술사조를 탄생시키며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전통적인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그런데 오는 11월1일부터 땅끝조각공원 ㄱ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그림 자체마저 실종됐다. 형태가 없는 전시회, 작가 주우석은 눈으로 보는 예술, 형상으로 고정된 경직된 눈예술을 거부한다. 그는 타자들에게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눈이 아닌, 마음이라고 주장한다. 
오로지 작품제목과 크기, 사용한 재료만을 제공하고 나머지는 오롯이 타자 스스로 고독을 사색하게끔 한다. 작품명은 ‘화장터 옆 신생아실’, 재료는 많은 수의요람과 널부러진 목관들, 또 하나의 작품명은 ‘천사의 가면을 쓰고 공기놀이하는 악마들’이다. 재료는 공기돌과 고혈로 얼룩진 금은보화이다. 
타자인 관람자들은 그 제목과 재료로 마음속에 어떤 그림을 그려낼까. 
송지면에 거주하는 주우석 작가는 군산대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청년기에는 극사실주의 작업을 주로 해왔다. 그리고 올해 2월 해남아트마루 기획전에서 표현주의 미술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