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맞은 호랑이의 밥상을 아시나요?

①대흥사 보리쌈밥 대흥사 인근 보리쌈밥 해괴한 호랑이에서 유래

2025-11-10     박영자 기자
대흥사 보리쌈밥은 대흥사에서 해괴하게 수행하던 호랑이에게서 유래됐다고 한다.(보리쌈밥)

 

 매일 대흥사 금당천 바위에 조용히 앉아 수행하는 호랑이, 영락없는 좌부좌상이요, 묵언수행이자 움직임 없는 면벽수행이다. 숱한 수행을 해온 스님이라지만 꼬리를 물속에 살짝 집어넣고 하는 수행은 처음 본지라 보고 또 봐도 방정맞고 해괴하다.
꼬리를 물에 넣고 조용히 앉아 있으면 줄줄이 꼬리를 물고 나오는 가재들, 산짐승의 맛에 비할까마는, 호랑이의 해괴한 수행은 밤낮으로 이어졌고. 꼬리가 길면 잡힌다더니, 꼬리도 결코 길지 않은 호랑이의 해괴한 수행은 결국 스님의 눈에 띄고 말았다. 부처님 도량에서 살생이라니, 노발대발 스님은 도저히 용서치 못하겠다며 호랑이를 칡넝쿨에 꽁꽁 묶어 소나무에 대롱대롱 매달아 버렸다.

 

대흥사 침계루의 호랑이 벽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다 그러하듯 이후 호랑이는 두륜산에서 나오는 산나물만 먹으며 대흥사의 수호신이 되었고 대흥사 아래 사람들은 살생을 멈추고 산신령이 된 호랑이에게 보리밥과 산나물을 매일같이 공양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호랑이에게 시주했던 보리밥과 산나물은 신성한 밥상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지금에 이르러 현대인의 입맛을 고려한 제육볶음이 더해져 옛이야기를 품은 건강한 밥상으로 재탄생했다.  

 

대흥사 침계루의 가재 벽화

 

 대흥사 침계루엔 나무에 매달린 호랑이와 가재 그림이 남아 있다. 그런데 호랑이 표정이 얄밉도록 웃기다. 석가모니 이래 자신이 창안한 가재잡이 수행이, 결국 큰 스님에게 들켰을지언정 참 대견한 발상이었다는 표정이랄까. 너무도 해학적이다. 
해남8미에 포함된 대흥사 보리쌈밥은 산사와 어울리는 나물, 보리밥, 제육볶음, 채소 쌈이 한 상에 오르는 건강 밥상이다. 대흥사 아래 식당들은 대를 이어가며, 살생을 멈춘 호랑이 산신령 밥상을 후대에 전하고자 지금도 보리쌈밥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대흥사 보리쌈밥’ 대표 업소
‘한오백년’ 삼산면 대흥사길158 (534-5633), ‘청보리밭’ 삼산면 대흥사길22 (535-7528), ‘물레방아’ 삼산면 대흥사길158-3 (534-3708), ‘보리향기’ 삼산면 대흥사길158-1 (534-3376), ‘기송정’ 삼산면 대흥사길166 (534-5690), ‘대정식당’ 삼산면 대흥사길98 (534-5422), ‘태웅식당’ 삼산면 대흥사길174 (533-5848)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