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은 미래로 향하는 기회의 문턱에 서 있다
우리 인류가 발명한 지구상 최고의 발견은 무엇일까? 불의 발견, 언어와 문자의 발전, 인터넷 등 무수히 많지만, 최고의 발명 중 ‘전기’가 빠지면 안 될 듯싶다.
볼펜 하나부터 반도체, 우주 산업까지 전기는 모든 기술의 기본이 되고 있으며 인류의 삶 깊숙이 자리하는 필수 자원이 됐다. 잠시 전기가 끊겨도 생활이 멈추는 시대, 우리는 ‘전기의 시대’ 속에 살고 있다.
전기의 역사는 기원전 600년 무렵까지 흘러간다.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가 호박을 문지르면 가벼운 물체가 달라붙는 현상(정전기)을 기록했는데, 이게 바로 전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1799년 볼타가 전지를 발명하고, 1882년 에디슨이 발전소를 세우면서 본격적인 전력 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는 1887년 고종이 경복궁에 전등을 켜면서 전기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전기는 주로 화력과 원자력으로 생산됐다. 하지만 기후 위기 속에 전력 생산의 중심은 재생에너지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추진 중이며, 한국도 이에 발맞춰 관련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발전 속도에 비해 전력망 기반시설이 부족, 전력 불균형이 생긴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남군은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산업을 결합한 미래형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남 솔라시도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며, LS전선·SK·오픈AI와의 협약, 삼성SDS-네이버-카카오-KT 컨소시엄의 참여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과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현재 해남에는 345kV 신해남 변전소와 신해남-신강진(신장성 병행)을 잇는 송전선로(철탑) 건설공사가 예정돼 있다.
이 사업은 단순히 전선을 잇는 공사가 아닌 대한민국 에너지 고속도로를 완성하는 국가 정책 사업이다. 여기에 더해 154kV 해남#3변전소와 기존 변전소와 신설 변전소를 이어줄 송전선로(철탑)의 6개 사업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수도권 중심의 전력 구조로 인해 해남이 ‘에너지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전력은 전국이 연결된 하나의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생산지와 소비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전기는 늘 흐르고 있고, 필요한 곳으로 공급돼야 하며, 공급과 소비가 일치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주파수(60Hz)도 일정하게 유지돼야만 고장(대규모 정전)이 발생하지 않는 기술적 원리에 기인한다.
그럼 해남이 지산지소(지역 생산·지역 소비)형 전력망을 실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지역 내 전력 소비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나 기업 유치로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직접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민 참여 확대로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지역과 주민에게 환원하고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주거 지역이 아닌 곳에 송전선로를 설치하고, 불가피할 경우 지중화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 시대, 해남은 미래로 향하는 기회의 문턱에 서 있다. 송전선과 재생에너지 개발이 논란의 대상이 아닌, 지역 발전의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