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터질거라 했다… J프로젝트 관광도시 대통령도 움직였다
J프로젝트 꿈과 좌절 그리고 태양과 바다도시 20년 만에 AI혁신도시로
2004년, 어느 날 군수실에서 민화식 군수를 만났다. 민 군수는 대뜸 해남에 큰일이 곧 터질 거라 했다. 그런데 당분간 비밀이라고도 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정말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J프로젝트가 터졌다.
전국의 부동산 눈이 해남으로 향했고 산이면에만 40여개의 부동산이 자리를 잡았다. 산이면 인근 황산면 땅값도 출렁거렸다. 평당 2~3만원 하던 땅값은 20만원까지 거래되는 곳도 있었다.
이때 산이면 땅 대부분이 외지인 소유의 땅으로 넘어갔다.
2003년 해남군은 조오련 수영장 건립을 추진 중이었다. 그런데 체육진흥원은 필요예산 30억원을 내려준다고 하는데 전남도가 이를 막았다. 이에 화가 치민 민화식 군수는 담판을 짓기 위해 박태영 도지사를 찾아갔다. 박태영 도지사는 민 군수의 광주고등학교 1년 선배였다.
이 자리에서 박태영 도지사는 J프로젝트 사업을 꺼내놓았다. 외자 38조원을 유치해 서남부권에 인구 50만명의 관광 신도시를 조성하는 초대형 사업을 꺼내놓은 것이다. 미국기업을 통해 용역까지 마친 상태였다.
사업명은 전남의 영문 이니셜 첫자를 딴 ‘J프로젝트’, 이렇게 큰 그림이 설계돼 있으니 30억원에 목숨 걸지 말라는 얘기였다.
38조원의 꿈,
대통령도 움직였다
2004년 3월 박태영 도지사는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 입당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당시 박태영도, 민화식도 모두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그러나 정작 J프로젝트를 설계한 박태영 도지사는 2004년 4월 검찰의 수사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전남지사직은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준영이 이어받았다. 박준영도 도지사 당선 이후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3명 모두 당적을 바꿀만큼 J프로젝트는 큰 그림이었고 정부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했다.
그해 2004년 7월29일 노무현 대통령이 목포를 찾았다.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토론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관광, 레저, 스포츠 분야에 천혜의 자원을 갖춘 전남에 큰 판을 벌이겠다”며 J프로젝트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2005년 정부는 ‘J프로젝트’ 지구를 세계적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개발하겠다고 천명했다.
J프로젝트는 해양레저타운, 외국인학교, 10개 골프장과 호텔, 실버타운, 카지노, 컨벤션센터 등 미국 라스베이거스형 관광도시 모델로 2010년 완공 목표였다.
투자비는 전액 외자유치, 미국, 사우디, 싱가폴, 일본, 독일 기업들도 움직였다.
전남도는 산이면 일대를 토지거래 허가지역으로 시급히 묶었다.
좌절된 꿈, 태양과 바다의 도시로 산이면 일대 간척지는 바다였다. 그러나 부족한 식량을 메우기 위해 1980년대 간척공사가 진행됐고 이로 얻은 3000여㏊ 땅은 대한민국의 식량기지가 됐다. 이러한 땅에 J프로젝트가 발표된 것이다.
그러나 2006년 이후 J프로젝트는 표류했다. 새만금 간척지와의 경쟁 속에 표류했고 정부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그리고 2010년 전남도가 J프로젝트 지구에 태양광·풍력 중심의 에너지 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태양(solar), 바다(sea), 전남도의 도(do)를 결합한 ‘솔라시도(SOLASIDO)’, J프로젝트가 태양과 바다의 도시로 변경된 순간이었다.
사업담당은 전남개발공사와 보성그룹, 전남도가 참여한 특수목적법인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이었다. 태양과 바다의 도시 완공은 2030년.
2010년 정부의 개발계획 승인 후 2017년 공유수면 토지화를 마무리했다. 산이면 구성지구 공유수면 매립이 완료되면서 해남땅은 60필지 15.9㎢가 증가했다. 이는 대한민국 국토면적이 늘어나는데도 주요 역할을 했는데 15.9㎢는 여의도 면적 5.5배에 해당하는 크기다.
그리고 2019년에는 98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준공됐고 2024년 정원형 식물원인 산이정원이 개장했다.
다시 시작, 미래 AI도시로
최근 삼성SDS를 주축으로 한 기업들이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후보지로 솔라시도를 낙점했다. 이는 2028년까지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대규모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국가 프로젝트이다.
미국 글로벌기업 오픈AI와 SK가 공동 추진하는 AI 전용 데이터센터도 사실상 솔라시도가 낙점됐다. 또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자회사 뷔나(VENA)그룹도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20조원 규모 투자 의향서(LOI)ʼ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도 솔라시도가 유력하다. 올 연말 발표될 RE100 국가산단도 솔리시도가 가장 유력하다.
라스베이거스 같은 국제 관광도시를 꿈꿨던 J프로젝트가 태양과 바다의 도시인 솔라시도, 그리고 AI가 움직이는 미래도시로 바뀌는 동안 대통령은 노무현에서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으로 바뀌었다. 전남도지사도 박태영, 박준영, 김영록으로, 해남군수는 민화식, 박희현, 김충식, 박철환, 명현관으로 바뀌었다.
솔라시도가 AI 도시로 각광받는 이유는 싼 전기와 땅, 물 때문이다.
솔라시도에는 조성된 대지 50만평, 가동 중인 98MW 규모의 태양광단지, 여기에 진도, 제주도 풍력과 해남군이 추진 중인 산이 부동지구 및 영산강 2단지의 대규모 태양광단지가 있다. 또 데이터센터에 반드시 필요한 냉각수는 금호호·영암호에서 공급 가능하다.
해남군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인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154kV급 변전소 신설도 추진 중이다.
광주~완도 고속도로(2026년 개통 예정), 광주~영암 초고속도로(2027년 착공 예정) 등 서남권 교통망이 계획대로 확충된다면 수도권 등과의 접근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