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아름다움을 잘 보존하는 전환키가 되자
지난주 강진만의 저두리 도로 방음벽에 열명 넘는 손길들이 모였다. 올 상반기 해남탐조새봄에서 청한 ‘새줍는 여인들’ 프로젝트를 계기로 체계적인 교육과 모니터링을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다시 모인 또 다른 버전의 두 번째 품앗이 조류 충돌 저감 캠페인이었다.
광주 성난비건팀과 강진생태연구회가 중심이 되어 해남, 장흥, 목포에서 와준 도움의 손길들. 강진관광문화재단과 강진군 관계자분의 직간접 도움도 있었다. 어찌나 부럽던지, 해남에서도 곧 천수천안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기를!
그런데 저감조치 스티커 부착 시공은 5도 이하로 내려가면 부착 효과가 떨어져 이러다가 올해는 못 하는 거 아닌가 싶어 속이 타고 슬퍼졌다. 그러면 해남의 생태축 옥천 구간에 온 올겨울 맹금류와 가장 따뜻한 해남이라 먼저 올라오는 이른 봄새 커플들은 조만간 곧 또다시 죽음을 맞이할 것이기에. 다음번 저감조치 전까지 미필적 고의에 불편한 마음을 안고 모니터링을 이어가야 하다니 서글퍼졌다.
다함께 해지는 황혼녘까지 방음벽 7개를 청소하고 붙이면서 서로 인사도 하고 근황도 나누고 최근 강진만 축제 소감도 나누며 울력을 했다. 그랬다. 실로 오랜만에 지역을 넘어 함께한 울력이었다.
새들도 멀리 날 때는 함께 모여 날개짓 한다. 앞서간 동료의 날개짓이 힘이 되기에 지금 북녘의 기러기떼도 행렬을 지어 내려오고 있다. 그래야만 맞바람 덜 받고 양력과 추진력을 더 잘 받아 먼길까지 안전하게 올 수 있는 것이다.
강진만은 강진이 행정구역으로 되어 있지만 해남, 강진, 장흥을 품고 있는 바다다.
해남의 땅끝기맥도 두륜 주작 월출산 줄기로 이어져 있고 바다와 강 물줄기도 수계를 이뤄 강진 장흥을 넘나든다.
나도 해남에 내려온 이래 산따라 물따라 자연과 좋은 벗들 찾아 이러한 산줄기 물줄기 넘나들기가 야생동물들의 생태축 넘나듦과 다름 없었구나 싶다. 그렇게 만난 벗들에게 함께 자연을 보자고 청하고 함께 자연의 죽음을 막아보자 청하는 일이다.
현재 야생조류충돌방지 조례 현황을 국립생태원 전문위원으로부터 받아보니 이미 전국 지자체 79곳이 제정되어, 서울 경기 세종 주요 시단위에서는 공공기관 건축물이나 방음벽에 새를 살리는 점들이 종종 보이고 늘어나고 있다.
어차피 전남도에서도 2021년 조례 제정을 한 바 있으나 순천시를 제외하고 군단위에서는 미비한 현황이니 전남에서는 해남군이 선도해야 하지 않은가?
해남군청 앞에는 멋드러진 팽나무와 푸조나무에 지난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내내 밀화부리떼의 아름다운 소리가 들렸다.
생태가 우수한 해남이기에 새들의 아름다움도 많고 죽음도 많다. 부끄러워하고 피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아름다움을 잘 보존하는데 손을 보태며 선도하는 전환키가 필요하다.
연말 가까워지니 남은 예산 터느라 여기저기 비어있는 행사를 치르는 과정들을 보려니 더욱 씁쓸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이번 저감조치처럼 생태적인 울력으로 책임여행을 하는 새로운 해남형 ESG로 진화해준다면. 우리가 그 길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런 상상으로 오늘도 조사하고 연대하며 교육을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