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찰보고 너 누구구나…55년 만에 재회

화산초 46회 동창들 칠순 앞두고 가을소풍

2025-11-21     박영자 기자
화산초등학교 46회 동창생들이 55년 만에 만나 가을소풍으로 추억을 소환했다.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입학했던 코흘리개 친구들, 머리엔 하얀 서리가 내려앉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화산초 교정에 머물러 있는 친구들이 칠순을 앞두고 만났다.
화산초 46회 졸업생들, 그때 화산초 학생들은 2,000여명이었고 학년당 학생수도 400여명을 넘어섰던 시절, 학교 교가에도 ‘이천여 건아 뛰노는 우리 화산교’가 들어 있던 시절이었다. 
55년 만에 만난 61명의 동창생들은 가슴에 6학년 몇 반, 동네와 성명이 적힌 명찰을 부착했다. 그 명찰을 통해서만이 서로를 알 수 있을 만큼 시간은 친구들의 모습에도 어김없이 내려앉아 있었다.
명찰을 본 순간 “너 몇 반 누구구나. 어느 동네 누구구나”하며 떠들썩한 통성명이 오가고 55년 전의 숱한 기억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모임의 주선자는 당시 화산초 어린이 회장이었던 김종필씨. 그는 연곡마을 출신이다. 
당시 연곡마을 초등학생 수는 100여명, 동창생만 27명이었다. 산을 2개나 넘어 등교해야 하는 동네라 지각은 다반사, 이에 동네에서 가장 힘이 센 선배가 뒤에서 아이들을 몰고 갔다. 일명 몰뽀, 매를 들고 소몰이하듯 뒤에서 다그치기에 다들 뛰어서 학교를 갔고 그 덕에 연곡마을은 면단위 축구대회에서 항상 우승을 거머쥐었단다. 
고천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간척이 되기 전 고천암은 조개잡이 터였다. 바다로부터 먼 마을의 친구들은 부모 몰래 고천암으로 조개잡이를 하러 가 혼났다는 이야기 등 친구들의 추억 소환은 끝이 없었다.
지난 11월8일 화산초 46회 동창들의 모임 제목은 가을소풍이었다. 제주, 해남, 무안, 장흥, 광주, 수도권 곳곳에서 온 61명 친구들, 예상을 뛰어넘은 모임 숫자에 다들 신이 난 친구들은 55년 전 소풍 때면 빠지지 않았던 보물찾기를 즐겼고 모임 좌장인 김종필의 전공인 아로마테라피, 명상테라피도 함께 했다. 모임 장소는 동창생이 한창 조성 중인 서울 고덕동의 수목원이었다.
이들 나이 68~69세, 내년이면 칠순이다. 칠순 때는 고향 해남에서 만나기로 했다.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단연 화산초 교정, 지금 학생수가 36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또 각자 태어난 마을도, 친구들이 살았던 마을 투어도 해볼 생각이다. 
김종필씨는 “나이 들어 여유가 생기니 가장 그리운 곳이 고향이고 초등 친구들이다”며 “그 친구들과 함께 찾아갈 고향을 생각하니 지금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한편 화산초등학교는 1924년 화산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해 올해 1월 100회 졸업생을 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