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행복추구권 빼앗긴 마산 호교리 주민들

2010-10-11     해남우리신문
악취, 각종 공사차량으로 삶도 공동체도 무너져
어느 날 찾아온 재앙, 마을 떠나고 싶은 주민들
꿈이라면 예전처럼 그저 정겹게 살고 싶을 뿐


“지금껏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온 마을인데…”
지난 6일 마산면 호교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문금순(74) 노인회장은 호교리가 왜 이렇게 돼 버렸는지 답답할 따름이란다.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한 마을이었는데 떠날 수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란다.
마산 호교리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진 것은 돈사가 들어서면서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온 고통, 주민들은 이를 재앙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공기가 밑으로 내려앉는 저녁과 새벽, 주민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올해처럼 더운 여름에도 주민들은 방문을 꼭꼭 닫고 생활해야만 했다. 더위에 달아오른 악취가 집에도 들녘에도 줄기차게 쫓아온다. 호교리 앞을 지나는 자동차도 문을 닫아야 할 정도다.
정정심(71) 노인회 총무는 냄새 때문에 세살 먹은 손녀도 짜증을 낸단다. 도시에서 온 자녀들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느냐며 참고 사는 부모가 답답하다고 집을 나서 버린다. 정충엽(87)할머니는 나쁜 길은 피해갈 수도 있고 돌아서 갈 수 있지만 냄새는 그럴 수 없다며 이 고통이 언제 끝날지 되묻는다. 자신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더 답답하다는 말이다. 동네를 찾아온 사람들이 이런 데서 어떻게 사느냐고 물을 때면 정말로 속상하고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는 호교리 할머니들.        
마산 호교리 돈사에서 나오는 악취는 많은 군민들도 경험한 사실이다. 악취 때문에 주민들의 숱한 민원이 제기돼 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개선안도 없는 상태이다.
호교리 악취는 주민들의 삶뿐 아니라 마을의 공동체마저도 크게 훼손시켜 버렸다. 숱한 모임과 행정에 진정을 하는 과정에서 찬반의견이 엇갈려 주민 서로 간에 상처를 안게 된 것이다. 서로간의 갈등은 말을 조심하게 만들고 상대방을 의심하는 데로 이어져 마을분위기를 급속히 냉각시켜 버렸다.
호교리 마을의 아픔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길호리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을 향하는 쓰레기 차량도, 각종 공사를 위해 드나드는 대형 트럭도 크나큰 고통이다.
호교리는 기존 국도 18호선이 마을 중앙을 관통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인도가 없다. 특히 이곳 도로는 직선이어서 대부분의 차량이 질주를 한다. 그런데 쓰레기 차량과 각종 공사차량이 숨 쉴 틈 없이 드나든다. 지난 6일 마을을 찾았을 때도 대형 덤프트럭과 공사 차량들이 10분 동안에만 10여대가 마을 앞을 질주했다. 이때 길을 가던 노인들이 겁을 먹고 바짝 담벽에 몸을 밀착시킨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할머니도 잔뜩 겁을 먹고 길가로 바삐 비켜선다. 경운기와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길을 나서기기 무섭다고 말한다. 질주하는 차량들이 오히려 화를 낸다며 마을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한 것도 호교리 뿐일 것이란다.
마을 들녘에서 만난 명상금(90)할머니는 이 마을 출신이다. 그런데 살아온 삶을 하나하나 정리해야 할 때쯤 마을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안타깝다는 표정이다. 냄새도 심한데다 질주하는 차량들 때문에 집밖에 나오는 것이 무섭다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이 황산 일신리에 들어서는 고천암 추모공원 때문에 한때 들고 일어섰다. 추모공원이야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문제는 장례차량이 호교리 앞을 지나기 때문이다. 각종 차량 때문에 일상의 안전이 깨져 버린 마을에 장례차량과 추모차량까지 더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반문이다.
돈사로 인한 냄새에 쓰레기 매립장으로 인한 차량과 건설폐기물 운반차량 등으로 잔뜩 고통을 받고 있는 호교마을에 액비유통센터가 또 들어선다는 말에 호교리 주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는 분위기이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우리는 행복하게 살 권리도 없느냐고 세상을 향해 악을 쓰고 싶단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마을의 재앙들, 주민들의 행복추구권이 한 순간 무너져 버린 마산 호교리. 마을 주민들은 단합 잘되고 잘사는 곳이었던 시절의 호교리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저 옛날 마을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박한 꿈. 죽을 때 죽더라도 하루라도 편히 살고 싶다는 주민들.
호교리의 재앙은 인재라는데 누구나 공감한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여러 시설이 필요하지만 호교리만큼 일상의 행복추구권까지 앗아가는 시설은 인간의 또 다른 죄악일 수 있다.
해결 가능한 재앙인데도 귀를 막고 이렇듯 방치하고 있다는 안일한 행정의 극치이다.
                              김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