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재발견 - ⑮ 옥천용동 산악체험코스
2010-11-02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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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향씨 곧잘 찾아 일상의 짐 내려놓는다
이중섭의 흰소 같은 주작산 등성이의 바위를 바라본다. 금방이라도 힘차게 일어나 두륜산을 향해 뛰어갈 것만 같다. 깊어가는 가을 서산을 넘는 옹색한 햇빛에 길가에 핀 하얀 취꽃과 구절초가 바람에 흔들린다. 참나무 잎의 뒤척이는 소리와 두꺼운 동백잎의 서걱이는 소리가 장단을 맞춘다.
정상까지 5km 남짓한 이 길은 차로 오르기에 적당하다. 사계절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이곳은 차를 타고 오르는 동안 점점 강원도 산골로 접어들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비교적 해발고도가 높아 여름에도 밤에는 추위를 느낄 정도이다. 봄이면 주작산 바위틈으로 핏빛 진달래의 함성이 메아리치고, 취나물과 두릅이 지천으로 자란다. 소슬바람이 불어오는 요즘은 길가에 떨어진 알밤을 다람쥐와 경쟁하면서 주워올 수 있는 곳이다.
이미향씨는 삶이 찌들어 있다고 생각할 때 남편과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오르막과 내리막, 구부러진 길을 차를 타고 가다보면 인생도 이 산길만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양옆으로 펼쳐진 들꽃과 나무들을 화제 삼아 서로 대화를 나누다보면 마치 다른 세상에라도 온 것처럼 부부간의 애정도 살아나고 공감대도 형성이 되는 것 같아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씻은 듯이 없어진단다.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며 굽이마다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들은 삶의 굴곡을 말해주는 듯하다. 굽이마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간직해 놓았지만 눈과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차의 속도가 너무 빨라도 마찬가지이다.
정상에 오르자 억새꽃이 가을햇빛에 하얗다. 그 너머로 주작산이 뼈대를 드러낸다. 깊은 산골에 든 것처럼 휘둘러보면 산 너머로 또 다른 산만 펼쳐져 있다. 삶이 찌들었다고 생각될 때 용동 산악체험코스로 떠나보자. 그곳에 일상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내려오자. 박태정 기자/